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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가드너 Apr 19. 2024

취미는 '멍 때리기', 특기는 '방청소'

진로에 대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시리즈

뇌 속엔 내가 너무도 많다     


우리는 "우리에게 너무한" 세상에서 지나치게 과한 생각으로 애쓰며 살고 있다. 넓고 바른 생각에 등 떠밀려 살아왔고, 오만가지 생각에 매몰되어 허덕이고 있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하고 어른들의 야단을 맞았던 학창 시절부터 '생각이 짧다', '잘 생각해서 판단해라'는 직장 상사를 거쳐 현대의 새로운 유행병('생각 과잉')까지. 누군가는 '생각이 너무 많아 매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기어가는 것과 같다'라고도 말한다.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관용구가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잡생각을 뜻한다. 미국 심리학자 쉐드 햄스테더(Shad Halmstetter) 박사는 실제 연구를 통해 사람이 하루 5~6만 개의 생각을 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루에 숙면 시간을 4시간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머지 20시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즉, 1시간에 2,500개, 1분에 약 42개 생각을 하는 셈이다. 그중 85%는 부정적인 생각이며, 나머지 15%만 긍정적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싸우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한 눈 팔기'라는 치트키    

 

신의 경이로운 선물인 생각,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있으면 생각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뉴욕타임스에 우리가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몸의 움직임을 생각하는 대신 다른 생각을 할 때 그 달리기를 더 잘하게 된다는 기사를 봤다. 이는 “제한적 행동 가설”로 대표적인 실험인 경험이 많은 골퍼들에게 각각 퍼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퍼팅하게 했을 때보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퍼팅하게 했을 때 더 좋은 결과 나왔다는 것으로 설명된다. 달리기를 할 때 이어폰을 끼는 것처럼.    


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불편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 생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를 원인이 아니라 결과물이다. 언제부턴가 생각이 가루가 될 정도로 곱씹을 것을 요구받으며 살고 있다. 마치 통제할 수 없는 과거의 오래된 기억, 낡은 생각들을 내일로 '복붙'하듯이.      



뇌도 비워야 넓어진다     


저도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면서 참가를 하게 됐어요. 사실 멍 때릴 시간에 생산적인 활동 해라, 아니면 자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그 1시간 반 이후에 경기가 끝나니까 정말 진짜 자고 일어난 듯이 상쾌한 기분이 들었어요. (중략) 우리가 살면서 일도 하고 이것저것 정보도 많이 뇌에 담기는데 가끔은 비울 줄도 알아야 앞으로 더 채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꼭 필요한 행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멍 때리기' 대회 우승자 인터뷰 중)          


'멍 때리기'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넋이 나간 것처럼 그저 멍하니 있는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다.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자는 취지에 멍 때리기 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현대인에게 인기가 많다. 하지만 멍 때리기가 이전보다 쉽지 않은 마음 상태가 됐다고도 한다. 요즘 단순히 멍 때리기를 하면 마음 안 힐링 공간으로의 이동이 아닌 걱정과 염려의 불안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잡념을 일으키고 쉽게 피로감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생각 중독>의 저자 닉 트랜턴은 "오늘을 사는 법"으로 몇 가지를 제안한다.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라', '갖기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집중하라',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에 집중하라', '반추를 외면하라'이다.     





그동안 이사를 제법 많이 했다. 그때마다 버리고 정리하고 다짐해 놓고 알게 모르게 또 뭔가를 쌓는다. 집도 좁은데 생활공간은 항상 부족했다. 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뇌 속에 무언가를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 붙잡고 집착한다. 고집스러운 생각들, 불편한 감정들까지 곱씹고 되새김질(반추)까지 한다. 이사를 앞두고 있는 것처럼 적당히, 가끔 비워내며 살자. 이력서상 특기란에 '방청소'라고 작성했던 취준생의 마음으로. 어쩌면 이런 생각만으로도 반은 비워질지도 모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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