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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가드너 Apr 17. 2024

나도 나를 잘 모른다

진로에 대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시리즈

난 내가 자신이 없다     


몇 번 떨어지고 나니까 내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오더라구요. 무난하다 생각했던 가정환경, 평범한 학창 시절, 벼락치기로 준비한 딱 그 정도의 이력서로 졸업 후 내가 아직도 취준생인 이유를요. 면접 볼 때도 면접관이 형식적으로 묻는 건지 아닌지 금방 알겠더라구요. 취업에 나의 노력과 무관한 세상의 문제도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 다시 지원서를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세상의 문제로 치부하고 끝내버리기엔 내가 너무 짠해요. 결과에 따라 내가 왜 죄인처럼 굴게 되는지... 난 내가 자신이 없어요.     


자신감은 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다. 면접은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맡으러 가는 마음과도 같다. 스스로 만족할 만큼 열심히 해서 선생님의 칭찬을 듣게 될 거라는 기대와 설렘의 눈빛은 자신감이 넘친다. 반면 등교 후 친구의 숙제를 급하게 베낀 다음 무사히 넘어가기만을 바라는 자신 없는 굳은 표정이다. 면접에서는 무조건 이기적으로 될 수 있는 한 뻔뻔하게 말해야 한다.

      

프랑스 정신의학과 의사인 프레데릭 팡제는 <자신 없다는 착각>이라는 저서에서 자신감 부족의 원인이 되는 일곱 가지 편견을 꼽는다.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사랑받아야만 해”, “나는 결정을 못해”, “나는 더 잘해야만 해” 등이다. 또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열쇠를 제시하는데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과감하게 행동하기', '타인에게 자기주장하기'다. 결국 자신 없다는 착각은 내가 정의하는 나의 편견으로 귀결된다.      



남의 관점에서 나를 보는 연습     


이력(履歷)의 한자어를 보면 ‘이(履)’에는 ‘신을 신다’, ‘밟다’라는 뜻이, ‘력(歷)’에는 ‘세월을 보내다’, ‘겪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이력서는 신발이 지나온 자국을 담는 문서'라는 뜻이며 머리가 아닌 발로 찾아다니라는 본질을 의미한다. 이력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기업담당자들이 떨어뜨리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를 메우는 작업이라는 말은 그만큼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그래서 생겨난 또 다른 말은 이력은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이란 말이 있다. 즉, 현재 자기 이력으로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 그 사이에서 타협을 하는 거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나를 구별하는 PI(personal identity)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리고 진짜 '나'를 찾아 언어화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의식화하는 과정으로 마치 바람개비를 날리는 것과 같다. 초등학생 때 색종이와 수수깡으로 만들었던 바람개비. 바람의 힘을 빌어 색종이를 빙글빙글 돌리는 방식이다. 바람개비는 혼자서는 움직이지 않아 대개 입으로 불거나, 선풍기를 이용하거나, 뭐니 뭐니 해도 손으로 쥐고 뛰던 그 맛을 기억해 내는 것과 같다.     



나도 나를 잘 모른다     


누구나 백지를 채우는 일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몸이 근질거리는 작업일 것이다. 패션 리더 코코 샤넬은 “스무 살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당신의 공적이다”라는 매력적인 말을 남겼다. 샤넬은 20대보다 쉰 살에 더 아름다웠다. 쉰 살이 넘어서도 품격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한창 무언가 할 수 있는 나이에 무언가를 준비를 해 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적어도 근자감이라도.     


누구나 한 번쯤 채워지지 않은 이력서를 보면서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후회하기도, 이력서의 빈칸들이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걸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척’ 해야만 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찰나였던 순간들, 나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일들, 알고 있지만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 그 시간과 경험들을 불러내는 시간을 통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도 나를 몰랐던 나를 절대적으로 믿어야 한다.      



어제 내린 선택들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 엘리너 구스벨트     


누군가 경력이 학력을 이기고, 인맥이 경력을 이기고, 선택은 다 이긴다고 말했다. 안네 프랑크는 '우리의 선택이 우리를 만든다 '고도했다. 요약하면 선택이라는 그 결정 하나로 오늘의 내가 되는 것이고 앞으로의 나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이 게일 쉬히(Gail Sheehy)는 20대 때 ‘뿌리를 흔드는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라도 겪어야 하는데, 그때는 더 비싼 수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삶이든 생애 주기마다 책임져야 할 ‘역할의 무게’이란 게 있다. 자식으로서, 사회인으로서, 부모로서. 그런데 이것을 건너뛴 채 나이만 먹으면 이중고를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월된 무게’로 등골이 휘는 삶을 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되는 분명한 이유이자 마땅히 치러야 할 성장통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아야 할 뜨거운 명분이다.   

  

직장인들이 가장 어려웠던 순간의 하나로 퇴사를 꼽는다고 한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변이 있겠으나 퇴사는 늘 어렵고 후회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퇴사 후 다시 취업할 때까지 그 기간을 방학처럼, 휴가처럼 보내라는 말이 있다. 수입이 없어서 사는 데 조금 팍팍하겠지만, 제대로 살아왔다면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니 너무 조마조마 안달복달하지 말고 본인의 인생을 살찌우는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다.     



선택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을 때는 그 자체가 선택이다 – 윌리엄 제임스     


누군가 선택을 A 아니면 B를 놓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선택한 길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긴 여정이라고 한다. 힘든 여정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선택하는 길만큼 숙고해야 나중에 미련과 후회가 없는 것이다. 인생에서 성공이나 행복은 평균 점수로 결정되는 것이지 특정 단원의 최고점으로 논의되는 것이 아니다. 포기는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포기하지 않은 채 ‘다른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욱더 큰 실패다. 그만둘 시점을 결정해야 덜 아프다.     


직업을 갖는 일이 인생 매 순간마다 똑같은 수준으로 중요하다. 취업은 20대라는 한 시기에만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20대에게는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의미하고, 30~40대에게는 생산의 수단이며, 50대 이후는 소속의 욕구를 지속적으로 채워 주는 활동이다. 60대부터는 인생 2막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평생 취준생의 삶을 살고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력서는 ‘나에 대한 설명서’이며, 자기소개서는 ‘가성비 좋은 효율적인 투자 설명서’이다.           






최선의 선택이 최고의 기회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또한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필요와 충분조건이다. 처음 취준생으로 광탈하는 이들의 변이자 열심히 역할에 충실하게 살았던 재취업자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조건이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이 각자의 인생에서 후회 없는 선택과 결정을 하기 위한 최고의 타이밍이다. 그러니 제발 자신감을 갖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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