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 통신'이 불쾌한 이유
나는 '카더라 통신'의 주인공이다. 회사 생활 내내 매년 그랬다.
나는 사내연애를 하지 않는데 '쟤가 누구랑 사귄다더라'하는 이야기나 내가 어떤 임원분의 자녀라는 이야기와 같은 어떤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 돌고, 돌아 결국 내 귀에 까지 들어온다. 소문 끝에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혹자가 직접 물어오거나, 같은 소문 속 주인공이 굳이 내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내 앞에서는 모르는 척, 뒤에선 열심히 내가 주인공인 카더라 통신들을 주고받는 그들을 이젠 모르는 척도 하고 무뎌질 만도 한데, 매번 도저히 불쾌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 이렇게 소문에 시달리는 것이 공학-공대-IT회사 코스를 밟으며 과하게 호탕해진 내 성격 탓인지, 건조한 회사생활에서 즐거움 하나 찾아보려는 아저씨들의 무료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양쪽 이유 모두 화가 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나는 왜 이렇게 매번 카더라 통신에 불쾌하고 화가 나는 걸까.
하루는 홧김에 그놈의 '카더라 통신' 대체 누가 만든 말인지 찾으려고 위키 백과를 검색했는데, 만든 사람은 못 찾았지만 내가 화가 나는 이유는 찾을 수 있었다. 위키 백과 왈, 카더라 통신을 이용한 사람들은 대게 그게 거짓이라고 밝혀지면 '아님 말고'를 시전 하며 빠져나간다. 그렇다! 이게 바로 내가 화가 나는 진짜 이유였다. 사람들이 책임지지도 못할 이야기를 함부로 내뱉고 오해가 오해를 끝없이 낳을 때까지 방치해 뒀다가 나중에는 '아님 말고'하며 발뺌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세상에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보기 어려워진 기분이 든다. 본인이 내뱉는 말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함부로 타인을 깎아내리며 불리해지면 뒤에 숨어버리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빠르게 말을 퍼트리고 쉽게 삭제하여 증거를 인멸하기 쉬운 세상이 된 것도 한 몫할 것이다.
그러나, 말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입에서 튀어나간 말이 상대를 얼마만큼의 무게로 내려칠지는 내뱉기 전에 따져보아야 하는 일이다. 나의 카더라를 생산해 낸 당신도 무심코 던진 돌에 맞기 죽기 전에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당신이 던진 것은 단순히 '말'이 아니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