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우물을 본 적이 있어.
양철 덮개로 덮여 있었는데 이상하게 열어보고 싶더라.
그래서 그렇게 했지.
컴컴한 그 속이 궁금해서 깊이라도 재보고 싶었던 것 같아.
돌을 집어서 던졌고
돌은 몇 번 벽에 부딪치며 아득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지.
우물이 참 깊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돌은 멀리까지 가 버렸구나
그런 생각도 하다가,
깊은 것은 먼 것이구나,
그런 생각에 도달했어.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학교에 가니까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더라고.
다음 중 관계가 깊은 것을 고르시오.
가까운 것을 골라야 했는데 나는
깊은 것은 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반대로 골랐겠지.
그래서
성적이 좋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말하는 편이니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멀리 있다는 것 아닐까
그런 것이 많다면
가까이 있어도 먼 것 아닌가
그래서
관계가 깊은 것은 멀다,
이 말도
말이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