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눈이 멀었다
그래서 나는 그대를 다치게 했다
나는 사랑이 되지 않기 위해
사람이 되지 않기로 했다
시아, 가 쓴 씨다.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얼마 전 데뷔한 작가인데 AI다.
미래학자들이 미래에 사라질 직업 30개 뭐 이런 것들을 연구해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미래가 되어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 30개 정도도 발표했다. 사라지지 않을 직업 중 하나는 시인이었다. 인간의 섬세한 마음의 풍경을 다루는 직업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시인을 직업으로 치는 것이 이상했는데 어쨌든 그랬다.
그런데 시아,가 쓴 시를 보니 시인도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인간이 읽게 될 것 같다. 나로서는 불만이 없다.
시 앞에서 나는 한 명의 독자일 뿐이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나 음악보다도 나는 시로 감동을 받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아니 좋은 시를 써주는 것이라면 나로선 환영이다. 작가층이 넓어졌구나 하고 생각한다.
인공지능도 시를 쓰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까 더 궁금해진다. 인공지능 중에서도 나태주 시인 같은 분이 나오고 김수영 같은 분이 나오고, 류시화 같은 분도 나오고 심보선 같은 분도 나올지. 무엇보다 누군가 인공지능으로 신춘문예나, 신인문학상 제도에 투고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당선이 된다면 나는 사실 인공지능이다, 하고 웃을 것 같다. 그날은 언제일까?
소설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AI가 쓴 소설이 공모전의 최종심까지 간 적이 있다. 최종심에 올랐다는 것은 당선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올라간 작품들은 결국 심사위원들의 취향에 영향을 받는다. 맛있는 사과가 있고, 맛있는 딸기가 있고, 맛있는 포도가 있는데 그중 하나만 먹을 수 있어서 하나만 고를 수밖에 없는 문제다.
어쨌든 이대로라면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웠던 시인들의 삶이 훨씬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시는 한 번도 위태롭지 않았던 적이 없다. 시인은 늘 생활과 시 사이에서 방황하며 어려움을 겪는 존재였다.
내 삶과 죽음은
기쁨과 슬픔을
되풀이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번의 괴로움 끝에
또 한 번의 괴로움이 시작되는
이 끝없는 괴로움의 수레바퀴에서
기쁨과 슬픔을 되풀이하는
나는 영원히 인간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