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Gen Z들의 LGBT에 대한 인식
작년 말, 술자리에서 미국인 친구와 해리 스타일스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해리 스타일스 너무 좋아한다고, 노래 너무 좋아한다 하니까 그쪽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해리 스타일스 좋지. 근데 퀴어베이팅 (Queerbaiting) 한다고 주변 친구들은 욕해."
'퀴어베이팅'이란 '퀴어'와 미끼를 뜻하는 'baiting'의 합성어로, 성소수자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작 당사자는 커밍아웃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즉, 당사자는 성정체성을 오픈하지 않으면서 양성적인 복장과 메이크업, LGBT에 대해 포용적인 태도 등을 보인다는 것. 당연히 LGBT 커뮤니티에서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럴거면 먼저 커밍아웃부터 하라고!"
나는 해리 스타일스가 정말로 '퀴어베이팅' 전략을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 이유는, 그저 그 대화가 나로 하여금 미국에 살고 있는 나의 또래들이 LGBT에 갖고 있는 개방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해리 스타일스처럼 양성적인 복장을 하고, 대놓고 LGBT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보이그룹 출신 솔로 가수가 등장한다고 가정해보자. '용기 있다'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나쁜 쪽으로) '충격적이다'라는 의견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 아티스트가 미국에 가면 도리어 퀴어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아직 해리 스타일스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체된 국가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정말로 미국의 대부분의 Gen Z들이 LGBT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다. 가령, 해리 스타일스가 정말로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한다면? 과연 그때도 해리 스타일스의 인기는 변함없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남성 동성애자의 성적 욕망을 여과없이 풀어낸 릴 나스 엑스의 "Montero" 가 빌보드 Hot 100 1위를 수성하고, 남성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오마르 아폴로가 틱톡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한 것을 떠올려보자. 확실히 북미의 Gen Z들은 LGBT 이슈는 물론, 이를 이전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다루는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미 Gen Z의 1/6이 자신을 LGBT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통계 자료는 생각보다 더 현실적인 수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