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간규정 Jan 26. 2022

마법같은 사랑, 기적같은 성공

[단상-새해] K의 얼렁뚱땅

유독 선명해 보였던 12월 31일 오후의 해. By K.

1월 1일 새해가 한참 지나서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연말과 새해 사이,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들뜨는 기분을 소재로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1년 내내 혼자 지내다 마법같은 사랑에 빠지거나, 357일 힘들었는데 기적같은 일이 발생하는 내용이죠. 연말은 그런 느낌입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보다는 왠지 모를 기대감과 평생 기억할 만한 일이 발생하길 바라는 나와 마주하죠.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드라마틱한 일이 생기지 않아도 크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1월 1일이 되면 ‘새로운 나’를 기대하게 되니까요.     


연도와 달, 일을 구분하는 건 인간밖에 없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쪼개고 구분 짓는 행위를 인간은 가열차게 해냅니다. 1년을 열두 달로 쪼개고 365일로 나눕니다. 시간의 개념에 처음과 끝은 존재하지 않지만 ‘요이 땅’ 하는 1월 1일을 만들고 12월 31일 ‘피니쉬 라인’을 그어놓고 그 안에 희망을 심는다고 해야 할까요. 내가 변하길 바라고 상황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의 ‘선명함’이 좋습니다. 시간을 살아내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음속 선명함과 달리 현실의 나는 흐릿합니다. 어제의 나, 어제의 나, 어제의 나의 반복입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변하지 않는 현실의 나로 인해 마음속 선명함도 점차 흐릿해집니다. 부럽게도 계절은 선명하게 바뀌어가는 데 나는 외투만 바꿔 입습니다. ‘어? 어? 어!’ 하고 나면 구세군 종소리(이젠 쉽게 들을 수 없지만)가 익숙한 계절이 돼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흰머리가 하나 더 늘었든, 가느다란 주름이 생겼든 나는 변화했습니다. 구름에게는 구름의 시간이, 나무에게는 나무의 시간이 흐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뭉게구름은 밍기적 바뀌고 새털구름은 재촉하듯 변합니다. ‘시시각각’ 변한다는 구름 하나하나도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도 ‘나만의 시간’을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1년 365일이라는 구분도 중요하지만 1년 481일의 시간도 있다고 봅니다.      


숙제는 마음속 선명함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상상만 해도 기쁜 ‘선명함’이 살아있다면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덜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매달 또렷하게 살아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선명함’에도 먼지가 쌓이면 털어내고 닦아주고 때로는 고쳐주기도 하면 되니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내가 돼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수만 년 걸릴 것 같습니다만.      


P.s J님께.
마.감.준.수. 실패. 

새해부터 지각입니다. 하하하하. 하..하.... 

작가의 이전글 나라는 우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