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throot Sep 10. 2021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함께한다는 것

무브유어마인드 대표 윤찬묵에게 묻다.


누군가가 묻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일은 뭐야?"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상은 좋아하는 일로 업을 삼으라고 이야기하지만, 꿈과 현실 사이 균형을 맞추기란 말처럼 쉽지만은 않죠.


여기,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함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실과의 타협이 아닌, 나와의 끊임없는 조율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울타리를 만든 그. 싱어송라이터이자 문화기획자, 무브유어마인드 대표 '윤찬묵'님의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의 진심을 움직이는 모임의 기획자이자 음악가인 그가 엮어가는 삶의 무늬는 어떤 모양일까요. 그리고 그를 나아가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내 주위,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GREW-UP. 열한 번째 에피소드. 싱어송라이터이자 문화기획자인 윤찬묵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찬묵님.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여유를 좋아하는 윤찬묵입니다. 싱어송라이터고요. 더불어 문화기획과 소셜살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임하는 찬묵의 모습 [사진 = 청년뿌리사회적협동조합]


요즘 아주 바쁘게 일상을 보내신다고요.

여러 활동들이 다 같이 굴러가다 보니, 정신이 없기도 한데요. 그래도 요즘 같은 시기에 안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문화기획자 이외에도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시죠. 아티스트와 문화기획자, 두 영역 사이의 연결 과정이 궁금해요.

아아 네. 제가 실용음악과를 전공했어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죠. 처음에 홍대를 다니며 이삼 년 정도 오프라인 공연을 정말 열심히 다녔어요. 그렇게 쭉 공연과 음악 활동을 하다가, 소규모 커뮤니티 지원사업을 지원하게 되면서 문화기획자로서의 경험을 하게 된 거 같아요. 사실 커뮤니티 지원사업을 하게 된 것도 음악 활동의 연장선이었어요. 그 당시에 메이저에서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들이 너무 궁금했거든요. 그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사회에 안착할 수 있었나. 다른 사람들의 제안을 받는 뮤지션으로 거듭날 수 있었나. 저와 같이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인터뷰를 해보자는 명목으로 처음 커뮤니티 지원사업에 지원했던 거죠.


지원사업을 참여하면서 기획안과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잦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류를 처리하는 일에 익숙해지더라고요. 음악만 할 때엔 몰랐는데, 다양한 형태의 모임들을 지원하는 사업들이 정말 많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뭐. 그렇게 알음알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노래를 부르는 찬묵의 모습. [사진제공 = 윤찬묵]



과정이 많이 생략된 것 같은데요. 하하. 전업으로서 문화기획자의 일을 하기까지,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음. 서류를 쓰고, 지원사업에 신청하는 과정들에 익숙해지는 스스로의 모습도 있었고요. 다른 한편으론 강사로서의 모습도 시작되었어요. 그러면서도 불안한 감정을 안고 있었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집에서 부족하지 않은 지원을 받아왔음에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거예요. 경쟁 사회에 너무 익숙해져서 항상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때 인문학 수업을 들었어요. 영화 속 인문학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였는데, 제 안의 갈망했던 그 어딘가를 채우는 시간이었어요. 수업을 통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정보들을 알게 되니 스스로에 대한 허기들이 채워지더라고요. 공교롭게도 수업을 다니며 알게 된 분들께서 저에게 일을 주시기 시작했어요. ‘이런 일이 있는데, 너도 한번 해볼래?’ 하면서요.



마음의 허기를 채우는 시간들이 문화기획자의 길을 열어준 셈이 된 거네요.

맞아요. 그때 제안 주신 일이 중학교 자유학기제 외부 강사였어요. 자유학기제가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는 교과 과정인데요. 예전 CA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CA는 내부 선생님들이 직접 운영을 했다면 자유학기제는 외부 강사들을 초빙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거든요. 뮤지컬부터 드론까지, 정말 다양해요.


저는 음악과 인문학을 엮는 수업에 강사로 활동했어요. 당시에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수업을 했는데, 정말… 많은 수련을 했었죠. (하하) 수업은 대부분 나 알아채기, 나와의 대화와 같은 자기발견 수업을 주로 진행했는데 하다 보니 커리큘럼이 점점 쌓이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운 좋게 서울시 청년활동 지원센터에서 청년수당 참여자 대상으로 운영하는 동네 모임, <어슬렁반상회>에서 모임지기인 청년반장 제안이 왔어요. 동네친구 만들기 모임을 해달라는 제안이었죠. 마침 또래 청년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차라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어요. 그렇게 일이 확장됐네요.


찬묵은 오롯이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소셜 살롱 플랫폼, 무브유어마인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윤찬묵]



어슬렁반상회의 모임지기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참여자분들이 후기로 말씀해 주셨을 때 특히 많은 걸 느낀 것 같아요. 모임에 참여하신 한 분께서는 작년 동안 집에서 나온 적이 없었는데, 모임을 통해 사람이 좋아지고, 삶의 원동력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후기를 통해 전하시더라고요. 많은 분들과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깊은 이야기들을 함께 듣고 나누는 특별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론 프로그램 운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본 계기이기도 해요. 시의 예산을 받아 운영하는 모임이다 보니, 예산이 끊기는 시점에서 모임도 함께 끝이 나더라고요. 참여자들의 입장에선 애정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했는데, 관계들을 이어나가는 시간들이 무 잘리듯 뚝 끊기니까 더 큰 상실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서 참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요. 참여비를 받으면 예산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으니, 프로그램을 유료로 전환해보기도 했죠.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었군요. 결과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안 모이더라고요. 하하. 기존 참여자 대부분 *갭이어를 보내는 분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참여 금액이 부담스러운 부분들이 있던 거죠. 그래도 호기롭게 유료 전환을 시도했는데…. 네 그렇게 됐습니다. (웃음) 안되는 걸 빨리 캐치하고 무료로 프로그램을 바꿨어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등장하더라고요. 기존 모임원분들의 추천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거예요. 이게 뭐라고 추천까지 할까 싶다가도, 추천을 하는 그 지점을 잘 파악해야겠다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그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어요.

*갭이어(gap-year):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 I 출처 pmg지식엔진연구소 시사상식사전



그런 과정들이 있었군요. 음악 활동은 지금도 함께 병행하고 계신 건가요.

지금은 팀 활동을 하지 않고, 솔로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금은 팀보다는 윤찬묵으로서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이 생겨서요. 음악과 기획을 더불어 활동해보려고 해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월간 습작> 모임이 그래요. <월간 습작> 모임은 음악 활동의 발판을 만들고자 기획하기도 했지만 근래에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보는 활동이에요. '나의 예술을 어떻게 선보이느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악과 사람을 좋아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자신의 감성을 음악에 담아내는 모임 <월간습작> [사진제공=윤찬묵]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한 다라 ···. 그럼, 찬묵님이 잘하는 분야는 음악일까요.

음악은 좋아하는 분야에요. 잘하는 건 모임 기획과 운영이고요.

모임 기획과 운영을 잘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그동안 모임 참여자들의 만족 후기나 클라이언트들의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누군가 나에게 긍정적인 반응이나 칭찬을 할 때 스스로 인정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아니야. 아직 부족하지’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고마워, 나 잘하는 거 같네!’라고요. 그렇게 ‘나 잘하는가 보구나’ – ‘나 잘하는 거 같은데?’ – ‘그래, 나 잘해!’ 의식 흐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찬묵님은 자기발견 중심의 모임을 주로 하고 계시군요.

맞아요. 사실 어떤 일을 하는지 한 줄로 표현하는 걸 작년에 엄청 고민했어요. 누군가를 만나면 ‘그래서 너네가 하는 게 뭐야?’라며 묻더라고요. 그래서 일 년 동안 고민해서 내린 한 줄이 <함께하는 나와의 대화>에요. 혼자보다는 같이 이야기 나누며 나를 알아채보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나의 이야기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지지하고, 격려하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나를 확장하는 과정인 거죠.




누군가 나에게 긍정적인 반응이나 칭찬을 할 때 스스로 인정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아니야. 아직 부족하지’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고마워, 나 잘하는 거 같네!’라고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나의 일을 꾸리는 사람으로서의 장단점도 있을 것 같아요.

모닝콜 없는 삶. 제일 큰 장점이에요. 일에서 오는 소진도 방지하고요. 보통 밤 11~12시까지 일을 하고, 바쁠 때에는 새벽 2~3시까지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언제 잠들어도 오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제일 좋은 장점인 것 같아요. 사실 오전 시간이라고 해도 그렇게 시간이 많지는 않거든요. 알람 없이 일어나면 대부분 9~10시니까요. 어떨 땐 인스타그램만 2시간 볼 때도 있어요. 하하.


그런데 스스로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유의미한 시간이라고 여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이 만들어 주는 새로운 관계, 흥미롭고 재밌는 정보들이 결코 낭비는 아니거든요. 또 이렇게 쌓인 작은 경험들과 정보들이 다음 나의 행선지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모닝콜이 없는 삶이라니 부럽기도 하면서 한 편으론 공감되는 부분도 있네요.(웃음) 그럼, 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하루아침에 일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죠. 어딘가에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를 고용한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나 있어요. 그런데 불안감을 어떻게 여기고, 활용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 가장 밑 바닥에 불안이 있거든요. 몇 년 전만 해도 나를 움직이는 건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국 불안이 있기 때문에 나아갈 수 있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건 지치지 않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자, 나의 세계를 새로운 상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알파의 영역이기도 하고요.


[사진제공=윤찬묵]


찬묵님에게 일이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확실히 단순한 경제 활동은 아닌 거 같아요.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영역이잖아요. 그만큼 삶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외에 경제적으로 생활을 충족시켜주는 역할도 있겠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삶을 잘 보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조금 어려운데요. 감각 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네. 성취도 있겠고,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여유. 여유에요.



그럼, 찬묵님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불안함? 여유일까요?

불안함, 여유, 관계인 것 같아요.


[사진제공=윤찬묵]


커뮤니티를 이끄는 호스트의 모습, 음악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의 모습도 있으신데요. 훗 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제가 처음 진로를 선택할 때 이 질문으로 전공을 정했어요. 고3 수능 직전에 ‘이걸 왜 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맴돌더라고요. 대학을 잘 가야 성공한다던데, 그게 꼭 답은 아닌 것 같았거든요.


그때, 노인이 되어서 삶을 돌아 봤을 때 스스로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야 멋진 인생일까 고민해 봤어요. 고민에 대한 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이었죠. 그래서 당시에 내가 좋아하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음악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로서 선택하게 된 거고요. 이 생각은 아직도 유효해요. 그래서.. 저는 멋지게 잘- 살다간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보다 저 스스로 멋진 인생을 산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요.



멋진데요. 마지막으로 지금의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글을 쓸 때면 꼭 마지막 줄에 쓰는 말이 있어요. 이 문장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더라고요.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먼 훗날, 멋지게 잘- 살다간 사람의 모습으로 남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보다 멋지게 살았다고 스스로를 기억하고 싶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흔들림 사이, 스물일곱의 초점을 잡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