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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Feb 17. 2022

<Part 2> 01. 다시 시작.

Today's recipe. 참치 포케.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얼마 뒤 아이를 보러 친정 부모님이 오셨다. 아버지는 옛날 분이시지만 배움에 욕심을 부리는 나를 늘 응원하고 믿어주셨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예쁜 손주까지 보여주니 고맙긴 하지만 좋은 대학을 나와 집에만 있어서야 하는 네가 안쓰럽다고 하셨다.


나 역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달라진 일상이 아직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내가 결혼 전에 무슨 대학을 나왔고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난 그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였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리셋이 되어버린 것은 나의 일상뿐이 아니었다. 내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마음껏 꿈꿀 수 있을 때 꿨던 꿈들은 이제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워하고 후회해도 하는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꾸기로 했다. 사실 어릴 적 내 꿈은 셰프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며 네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셔야만 하셨던 엄마에게 셰프가 되겠다는 내 꿈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나 역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엄마의 삶에 나까지 폭풍우를 뿌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사춘기 이후 내 꿈은 곧 엄마의 꿈이 되었다. 엄마는 내가 자신처럼 고생하지 않고 공무원이 되어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셨다. 그렇게 나는 엄마가 바라던 대학에 들어가 원하던 전공을 하고 무사히 공기업에 입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연극을 마친 배우처럼 나는 이제 이 무대에서 내려와 진짜 나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요리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공기업을 나와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알아보니 요리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련 업종에서의 경력이 필요했다. 당장 주방의 막내로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 싶었지만 주방 보조 일은 급여가 열정 페이 수준이었다. 학비와 유학을 가서도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생활비 등은 마련해야 했기에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한식당의 서버로 일하며 돈을 모으고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당시 셰프로 일하고 있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나는 유학을 준비 중이었기에 남편에게 함께 떠날 것을 제안했지만 이미 조리학교를 나와 호텔 셰프로 근무하면서 타지에서의 생활을 경험했던  남편은 이제 한국에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길 원했다. 나는 결정을 해야 했다. 유학을 떠날지, 남편과 결혼을 할지.


그리고 엄마가 된 지금, 나는 새삼 깨닫는다. 아이가 웃을 때 나 또한 행복하다는 것을. 이제 나는 나와 가족을 위해 즐겁게 요리하고 그 일상들을 기록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엄마도  웃고 있는 나를 보며 행복하바라면서.


참치 포케는 아이들을 돌보며 일상생활을 하다가 가끔 유학을 갔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 종종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포케는 원래 연어가 들어가는 하와이식 회덮밥이지만 연어가 없어도 참치만 있으면 쉽게 이국적이면서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포케를 만들 수 있다.


Today's recipe.

<참치 포케>

1. 넓고 오목한 그릇에 밥 한 공기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샐러드용 믹스 야채를 담고 취향에 따라 슬라이스 한 양파와 당근 등의 야채를 추가한다.

2. 끓는 물에서 소금과 식초를 넣고 8~10분간 끓여 반숙 또는 완숙으로 익힌 달걀과 한입 크기로 자른 아보카도와 옥수수를 넣고 기름을 뺀 참치도 함께 올린다.

3. 초장 또는 간장 3큰술, 액젓 1큰술, 꿀 또는 설탕 1큰술,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생강 1작은술, 고추냉이 1작은술을 넣고 만든 소스를 곁들어 밥과 재료들을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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