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나의 오늘은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일들을 다 기억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더 일찍 철들 수 있었을까? 이제 갓 태어난 아이는 정말이지 우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울음소리 하나는 우렁찼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나의 알람이 되어 시도 때도 없이 나를 깨웠다. 아이는 2시간마다 한 번씩 배가 고프다고 울었고 그 사이에도 졸려서 울고, 쉬를 해서 울고, 놀라서 울고 그 밖에도 이유를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울었고 나도 같이 울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엄마의 젖을 빠는 것보다 젖병을 빠는 게 더 쉽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챈 첫째는 젖은 입에 대려 고도하지도 않았다. 억지로 물려도 보고, 울며 애원도 해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이에게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완분(분유만 먹이는 것)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분유를 잘 소화시키지 못한 아이는 코로 입으로 분유를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토가 아이의 기도를 막아서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나는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제발 아이가 토를 하지 않게 해달라고 믿지도 않는 하느님께 빌었다. 보다 못한 남편이 토를 잘하지 않게 도와준다는 분유로 한번 바꿔보자고 했다. 토에 좋다는 기능성 분유로 바꾸고 나니 토를 하는 횟수는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분유의 걸쭉한 특성 때문에 아이에게 변비가 생겼다. 보고만 있어도 안쓰러운 아이가 새 빨개진 얼굴로 힘을 주며 힘들어하는 모습은 내가 산통을 느끼 듯 고통스러워 보였고 엄마의 마음은 또다시 찢어졌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째는 다섯 살이 되었고 어리바리하고 겁 많던 초보 엄마는 이제 웬만해서는 놀라지 않는 강심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육아는 행복하지만 어렵고 아이들은 사랑스럽지만 무섭다.
나는 장조림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 냉장고에는 장조림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내가 직접 밥을 해 먹으면서 알게 되었다. 밑반찬은 결코 쉽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이 아니었다. 특히 장조림은 손이 참 많이 갔다. 내가 감사한 줄 모르고 먹었던 장조림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Today's recipe.
<버터 장조림 덮밥>
1. 소고기 홍두깨살 한 근(400g)을 찬물에 10분간 담가 핏물을 뺀 다음, 냄비에 소고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대파 1대, 양파 반 개, 월계수 2~3장, 통후추 5~6알을 넣어 센 불에서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서 50분간 삶는다.
2. 고기는 건져서 식힌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꽈리고추는 깨끗이 씻어 포크로 2~3번 정도 찔러 구멍을 내주고 마늘 5~6알은 슬라이스를 하고 계란 5~6개는 소금과 식초를 넣은 물에 8~10분간 삶아서 준비한다.
3. 고기를 삶은 물에 간장 1컵과 설탕 2큰술(또는 물엿 2큰술), 맛술 3큰술을 넣고 찢어둔 고기와 삶은 계란, 꽈리고추를 넣고 10분간 끓이다가 슬라이스 한 마늘을 넣어 5분간 더 끓여서 마무리한다.
4. 그릇에 밥 한 공기를 넣고 완성된 장조림을 예쁘게 담은 뒤 장조림 버터 한 조각, 간장, 참기름, 김가루, 깨 그리고 스크램블 등을 취향껏 넣어주면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