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희 Nov 18. 2022

Part1. 꿈같은 소리 하고 있습니다.

못해먹겠습니다.

 빚까지 내서 대학을 다니고 치열하게 경쟁을 해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는 취업을 하고 나면 시키지 않아도 눈치껏 해야 하는 야근과 주말 특근이 반복되고 잠잘 시간도 모자란 마당에 꿈은 꾸기는커녕 있다고 꿈이 있다고 한들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라떼를 좋아하는 꼰대 상사와 빙그레 쌍쌍바같은 밉상 동기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울 리 만무하고 이런 이유들로 회사생활은 그저 돈벌이 혹은 밥벌이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언박싱으로 달래다 문득 계속 이렇게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고 결국 못해먹겠네를 외치며 우물을 박차고 나온 MZ들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즐기자며 욜로족이 되어 돈을 펑펑 쓰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일찍 죽을 확률보다 오래 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부터는 적게 쓰고 빨리 은퇴를 해야겠다며 파이어족이 되어 다시 우물을 찾아 들어간다. 조기 은퇴가 꿈인 파이어족이든 꿈이 없는 욜로족이든 회사에 대한 지나친 충성을 강요하는 라떼세대의 꼰대식 기업 문화는 열심히 달려온 MZ들을 다시 한번 번아웃 시킨다.






기성세대들은 우리에게 지금 하는 고생은 고생도 아니라며 아직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고생을 안 하고 부족함이 없이 자라서 나약하고 노력을 덜 하는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라떼에는 점프만 해도 잡을 수 있었던 것들을 지금은 비행기를 타도 잡기가 힘들다. 화면 속 연예인들만 봐도 요즘은 모두가 만능 엔터테이너다. 예쁜데 노래도 잘해야 하고 춤도 잘 췄야 한다. 게다가 연기까지 잘해야 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달리기를 시작했다. 왜 달려야 하는지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달려야 했다. 그렇게 가장 어린 나이부터 많은 공부를 했고 가장 많이 노력했지만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적거나 없었다. 꿈을 꾸고 희망을 가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이상한 나라에서 우리가 지치고 쓰러지는 건 금수저를 쥐고 태어나 하늘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지 않고서야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같은 일은 반복된다.



작가의 이전글 Part1. 꿈같은 소리 하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