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양냉면을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면 점점 더 좋아하게 됐다. 처음 평냉을 접하면 행주 빤 물 맛이라며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평냉은 자극적인 맛과 거리가 멀다. 밋밋하고 슴슴하다. 하지만 평냉의 힘은 여기에서부터 발휘된다. 어느 날 문득 이 감칠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음식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사람도 평양냉면 같은 사람이 좋다.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한 사람, 만남 이후 돌이켜 봤을 때 종종 생각나는 사람. 무취 무향인 것 같지만 누구보다 온전히 자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 드러낼수록 빈약해지고 비울수록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