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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모 Jan 04. 2023

어른이 되지 못한 나에게

감정에 솔직해져도 괜찮아

우리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처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어른스럽다고 말한다. 얼굴 표정에서 부터 감정이 다 드러나고 하고 싶은 말은 다 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엄마는 어른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피는 못 속인다고 난 이런 엄마의 감성적인 면들을 많이 닮았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땐 이런 내 본연의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었다. 허나 이런 내 솔직함과 감성적인 면들이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즈음 내 발톱을 숨기는 연습을 시작했다.


할지 말지 고민되는 말들은 삼키고,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과 언행은 안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이런 내 모습들이 어색했지만, 말을 아끼다 보니 귀는 더 열리게 되었고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하게 뱉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정제되어 가는 내 모습도 마음에 들었지만 진중하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면들이 항상 좋은 것일까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앞서 말한 태도를 유지했을 때의 장점은 선을 넘지 않게 된다. 각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소통하고 개인적인 부분은 최소한의 관심만 가지면 된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낮, 친구의 아픔에 함께 슬퍼했던 날, 팀원들에게 한 해 마무리 쪽지를 쓰게 만든 밤 등 내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의 난 항상 감정적이었다. 감정은 우리가 삶을 음미할 수 있게 만든다. 작은 호의에는 감사함을, 남의 아픔에는 슬픔을, 좋은 순간에는 기쁨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혹시라도 사회생활을 하며 본인의 성향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말해주고 싶다. 꼭 어른스럽지 않아도 된다고, 너의 어른스러움을 함께 덜어내줄 수 있는 사람이 분명 나타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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