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의 세리머니가 상대방을 자극한 이유
최근 한국 프로야구(KBO)에서 경기 종료 후에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 사건은 6월 5일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간에 벌어진 정규 리그 경기서 벌어졌는데, 한화의 불펜 투수 박상원은 팀이 10점 차를 이기고 있던 상황에 등판하여 첫 타자인 김상수와 후속 타자 로하스를 연거푸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과도한 포효를 했고 이것이 상대팀 KT 위즈 선수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물론 박상원이 좋은 경기 결과에 기쁨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문제 될 것은 없었으나, 프로야구에서는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의 선수가 상대팀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세리머니나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KT 위즈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집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다행히도 양 팀의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원만한 대화로 마무리되었고, 사건이 있었던 다음날 한화 이글스의 정경배 수석코치와 당사자인 박상원 선수가 KT 위즈 벤치로 방문하여 사과하면서 하나의 해프닝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불문율이란 법이나 규정에는 공식적으로 명시되어있지는 않지만, 구성원들 간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행동들을 의미한다. 프로야구에서는 많은 불문율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은 도루를 하지 않는다', '홈런을 친 타자는 베이스 러닝 시에 천천히 걷지 않는다', '노히트노런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에게는 코칭 스텝과 동료 선수들이 그 상황을 언급하지 않는다' 등의 다양한 불문율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팬과 선수들의 갑론을박도 존재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법과 규정에서 명시하지 않는 이런 행동들을 프로야구 구성원들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 규정에는 명시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 간에 약속된 믿음'이 바로 불문율인 것이다.
프로야구에서 처럼 직장인들에게도 불문율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업무 상 출장 또는 개인적인 휴가 등이 계획되었을 때에는 해당 일정을 팀 동료들에게 사전에 공유함으로써 당사자의 공백 시에도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 다른 동료에게 업무 협조 요청을 할 때에는 상대방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크게 방해를 받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 중요한 일이나 이벤트를 앞두고는 개인의 사생활일지라도 과도한 음주나 운동 등으로 컨디션을 망치지 않는 것 등이 있다.
프로야구와 직장에서의 불문율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배려한다'는 정신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물론 모든 불문율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에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가장 구별되는 것이 '문화와 전통 그리고 도덕성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이것들을 계승하면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멸종 또는 도태되지 않고 꾸준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었다. 불문율은 이런 문화와 전통 그리고 도덕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물론 불문율의 기준도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맞춰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것이 행동의 기준이 되었을지라도 현재의 문화에서는 그것이 통용될 수 없다면 해당 불문율은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기준이 모두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존중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법과 규정은 인간의 모든 현상을 담아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불문율을 지킬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우리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