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야 오너라...
지난 2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시사했다. 5월 Softish라는 단어를 꺼내어 시장에 경착륙 우려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적은 있어도 침체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은 없었다. 다행히 발언 직후 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침체에 대한 발언은 했지만, ‘언급’ 수준이며, 실제 침체를 유도할 의도는 없다는 점,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을 잡을 것을 강력히 약속한다고 피력하며, 연준의 정책 유연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시장에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3일 하원 청문회에서도 발언의 내용은 차이가 있었지만 내용은 유사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모순되지만, 침체 발언 이후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은 ‘침체’ 발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가 공식적으로 언급되었다면, 연준이 긴축 강도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내놓을 수 있다는 시장의 앞선 기대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거기에 24일 지난 5월 파월 의장이 눈길을 끌었다고 한 미시간 기대인플레이션 지수가 기존 3.3%에서 3.1%로 하향 수정됨에 따라 시장이 급등한 점 또한 연준의 향후 정책 유연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볼 수 있겠다.
시장의 화두는 온통 인플레이션 얘기다. 널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연준이 석유를 생산할 수도 없고, 집을 지어 주택 공급을 할 수는 더더군다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물가 통제는 불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댈 곳은 오로지 통화 긴축 정책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완화뿐이기 때문에 연준의 스탠스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시장의 바닥, 바닥의 저점을 지나는 순간은 인플레 피크아웃에 대한 확신이 시장에 퍼지는 순간일 것이다. 1분기 말 피크아웃의 기대감이 시장에 있었지만, 이내 그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뒤바뀌었고, 5월, 6월의 시장 급락을 초래했다. 예상 범위에는 있었지만 6월 S&P 500의 연 수익률이 20% 이상 확대되면서 분위기가 베어 마켓으로 전환한 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다.
기 언급하였듯 현재 물가를 괴롭히는 요소는 “푸틴 플레이션”에 따른 “유가”로 판단된다. 다행히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발표되면서 유가는 하락을 시작하였고, 137불의 골드만삭스 예상과는 달리 6월 3주 차 이후 1배럴당 110불, 105불도 하회하였다. 유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공급, 수요, 투기수요 등이 있다고 보는데, 수요는 운송 및 화학제품 등 생활 전반의 영향력이 크고, 공급은 생산자의 여건을 변화시키는 있는 핵심 요소다. 유가의 수요와 공급外 영향을 주는 투기(speculation) 수요는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켜 유가 선물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번 바이든 방문 발표는 연준의 긴축을 바탕으로 수요의 하락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추후 공급 확대 ‘기대감’으로 유가 선물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내 정제시설 부족과 사우디의 공급 능력 한계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간 연준의 매파적 발언과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 인상으로 수요를 줄여가고 있는 추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물가가 유가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CPI를 구성하는 요소는 유가가 미치는 요소들 외 주택 지표가 많은 포지션을 차지한다. 무려 4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따라서 유가가 하락한다고 하여도 주택 지표가 다음의 화두가 될 수 있다. 우선 집값은 금리인상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천정부지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잡히질 않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모기지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어느 정도 집값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최근 집값과 모기지 금리가 함께 상승하는 모습은 매우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미국 30년 모기지 평균 금리>
<출처 : FRED>
집값은 렌트비를 끌어올리고 이는 물가 지표에 여실히 반영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자가 소유와 전세제도의 구조가 아니고, 월세를 내는 구조의 미국은 렌트비 상승은 우려의 대상이 된다. 하기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2007년부터 하락한 집값은 2009년에야 렌트비의 상승 둔화를 만들어 낸 점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2020년 이후 급등한 집값을 고려할 때 렌트비는 급등 가능성이 있다. 당연히 이는 물가에 반영되고..
<Casehiller US Home Price_파란색 와 렌트비 평균_빨간색>
출처 : FRED
그러면 유가가 하락해도 집값이 잡히질 않아 결국에는 침체를 맞이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채 금리에 반영되어 최근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정말 현재 하락하고 있는 10년 국채금리는 오롯이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결과일까?
<미국 10년 국채 금리>
<출처 : FRED>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주택 지표들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택 지표를 볼 때 가격뿐만이 아니라, 신규주택건설 추이와 재고도 함께 참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규 주택 건설 추이는 3월 및 4월 대비 5월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특히 single family residence는 의미 있는 감소 추이를 보여주어 수요의 감소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신규주택 건설 추이>
재고 또한 상승하고 있다. 2월 이후 기존 주택 재고는 지속 증가 추이에 있으며, 이는 신규 주택 건설 수요가 감소하는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결국 수요의 감소가 지속되어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지속되면서 재고도 함께 하락하면 이상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아직 그런 흐름에 대한 확신을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더 필요하지만..
<기존 주택 재고> <출처 : FRED>
이번 7,8월이 관건이 될 것이다. 유가가 안정된 상황에서 재고 확대에 따른 집값까지 안정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집값이 조금 후행하더라도 여름에 안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준다면 미국 시장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미국이 안정되더라도 힘차게 상승하는 유럽 물가를 보면 글로벌 증시의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유럽시장에서 이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영국과 독일의 물가는 기존 영란은행의 5번의 금리인상과 ECB 7월 25bp 인상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미국이 베스트 시나리오로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유럽발 위기가 예상된다. 또한 러시아가 노드스트림을 곧 폐쇄한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올 겨울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 및 원자재 가격 재상승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의 변동성은 유럽에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주요국 CPI 추이>
<출처 : Bloomberg>
지금이야 말로 투자는 시장의 대응이라는 명제를 다시 한 면 되새겨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어두운 면만 생각하면 매우 비관적이지만, 시장, 특히 주식시장은 미래를 선반영 하기 때문에 물가의 완화 기조가 보이면 저가 매수세로 점진적 상승을 예상해볼 수 있고, 고물가라고 하더라도 고물가에 적응하는 시장을 보면서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또한, 경기 침체의 다음 사이클은 회복기를 맞이하였으며, 이를 반영하여 실제 경제 침체기보다 주식 시장은 빨리 상승하였다. 시장의 어두운 면이 분명 존재하고, 많은 이들이 어두운 면 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럴 때 나아질 수 있는 면을 열심히 찾아보는 것이 주식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작게는 분기말 리밸런싱, PCE Inflation 하락 예상, 7월 2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기업별 가이던스, 자사주 매입 등의 이벤트를 유심히 보고, 크게는 여름 주택 가격 하락과 유럽 중앙은행의 대처를 면밀히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