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테이퍼링과 시장금리 그리고 주식
주식을 구성하는 성장 g를 보았으면, 이제는 금리 r에 대해서 살펴볼 때다. 경력이 아무리 쌓이고 시장을 그리 오래 보아도 돈의 가치를 나타내는 금리라는 녀석은 이해하기 참 어려운 친구다.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표현한 점은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고, 그 변수가 영향력을 미치는 시점과 정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요소 하나 하나를 매번 분별해가며 챙겨보는 것도 불가능하고 조합을 따져보는 일도 무의미하다고 본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다. 다만, 굵직한 요소 몇 가지를 챙겨본다면 큰 흐름은 살펴볼 수 있으니 그 정도로 만족한다.
금리는 넓은 관점에서 ‘펀더멘털’과 ‘시장 유동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펀더멘털’은 해당 경제의 체력을 가리키는데, 경제가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를 지칭하는 단어라 보면 되고 특히, 미래의 경제 상황이 금리에 잘 반영된다. 그리고 ‘유동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3번의 양적완화와 코로나 시대 재정정책의 결과에 따라 시장에 차고 넘치는 규모의 영향을 뜻한다. 물론 이 두 가지 외에 환율, 국지적 리스크, 정책 리스크 등 셀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주지만, 앞서 언급하였듯 굵직한 흐름만 챙겨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펀더멘털 요소는 국가별로 다르다. 이머징 국가의 경우 아무래도 수출 경제이기 때문에 관련 요소들을 중심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나, 미국 등의 선진국은 소비경제이므로 소비와 직결된 다른 요소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 글로벌 주식 시장에 절대적 영향력이 있는 국가는 미국이고 따라서 미국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데, 미 경제의 펀더멘털은 GDP 70%를 구성하는 ‘소비’이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우리는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발표되는 ‘고용’, ‘실업률’ 등에 관심을 둔다.
취직을 해야 돈을 벌고 그래야 소비를 할 것 아닌가?
고용 데이터 다음 주에 발표되는 CPI 물가는 이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찍어주는 역할을 더불어 한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면 가격이 오르고 이는 물가에 반영되니까…
원론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현재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펀더멘털은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다. 물론 물가 상승률을 작년 동기 대비가 아니라 전월 대비로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있고, 고용 또한 미국의 코로나 특별 실업수당 명목의 재정정책이 마감되는 9월 6일 이후에 고민해도 되지만 현재 상황에서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로 볼 때 악영향까지는 아니라 본다. 쉽게 말해서 펀더멘털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O,△,X 중 고르라면 세모다. 이는 미래 전망을 핑크빛으로 물들여 금리를 상승시키지는 못하더라도 현재 이후 급락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게 맞다. 어쩌면 이러한 상황을 다 반영하여 1분기 이후 금리는 하락했는지 모른다. 문제는 펀더멘털의 금리에 대한 영향을 주식과 연결시키는 일인데, 상식적으로 변수의 영향이 크지 않으면 금리가 오르는 것은 펀더멘털과 양의 상관관계에 있고, 주식은 그래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더 좋을 수 있다. 즉, R보다 G의 영향력이 더 세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투자자들 중에서 이러한 상황을 단계적으로 다양하게 따져보지 않고, ‘이슈’에만 집중하여 테이퍼링이 다가오면 곧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는 것으로 인지하고 ‘조정장이 곧 올 것이다’, ‘현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곤 한다. 물론 불안한 마음에 수익실현도 중요하지만, 찬찬히 살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앞서 금리에 펀더멘털이 영향을 준다고 했다. 펀더멘털, 특히 미래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그럼, 테이퍼링을 한다는 것은 경제가 괜찮으니, 또는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드니 중앙은행에서 채권 매입으로 뿌리는 돈을 줄여가도 괜찮겠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당연히 경제가 나쁘지 않으니 당장을 보면 금리가 올라갈 개연성이 높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테이퍼링을 할 정도로 경제가 괜찮다는 것은 결국 경제 사이클상 단기 고점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더 나아가 곧 단기 고점을 넘어서서 내리막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장 금리 방향성은 접어두고, 현재 금리의 방향성은 어느 쪽일까?
<미국 10년 국채금리 2020년 1월~2021년 현재>
출처 : 블룸버그
또 하나 생각해보자. 스마트머니를 이끄는 은행, 헤지펀드 매니저, 펀드 매니저 등의 선수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무엇을 할까? 주식시장 투자 자금을 뺄까? 채권도 팔아 치울까? 현금 보유를 늘릴까?
내가 그들이라면,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델타 변이도 잠잠해져 가니…) 지금 우량주에 집중해서 주식 포트폴리오를 짜고, 수익이 많이 난 자금은 팔아서 국채, 회사채 등을 살 것 같다. 즉 포트폴리오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더 높이는 것이다(그레이트 로테이션까지는 아님). 아직 주식을 다 뺄 정도로 경제가 밀리는 것도 아니고, 채권까지 팔아 치울 정도로 세상이 망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천 마일 떨어진 범인도 생각하는 이 생각을 선수들이 한다면, 금리는 어떻게 될까?
그 답은 2013년 테이퍼링과 그 기간 동안 미국 10년 국채 금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2013년~14년 테이퍼링과 10년 미국채 금리>
출처 : 블룸버그
금리는 경제 흐름을 미리 반영하는 똑똑한 녀석이다. 행동도 빠르다.
따라서, 펀더멘털이라는 요소를 바탕으로, 테이퍼링까지도 고려하여 금리의 전망을 해보면
나는 금리가 아직은 주식을 못할 정도로, 시장에 의미 있는 변동성을 줄 정도로 상승할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본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 유동성’은 그 확신에 더욱 무게감을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