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번 분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 어려운 걸 미국 기업은 해내고 있다.
실적 얘기다.
아직 많은 기업들의 발표가 남아있지만 절반 정도 발표된 미국 기업 실적들을 보면 21년 3/4분기 80% 이상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9월 주가지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렇게만 가면 2013년 30% 폭등과 같은 비슷한 분위기도 목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시장이 만만하겠는가.
연준 파월 의장은 얼마 전 공급망 이슈의 장기화를 언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도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 같다고 본다. 그동안 종종 힌트를 주긴 했지만 이번에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크게 장기화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연준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고민할 것이다. 그럼 나와 우리의 동지들은 이를 “테이퍼링 곧 할 거야”에서 더 나아가 “이전보다 더 단기간에 종료할 수도 있어” 이렇게 받아들여도 큰 무리가 아니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사실 정말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때 가봐야 알지만...
(참고로, 연준은 예상보다는 확인하고 조치를 하는 후행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급망 차질 이슈의 영향은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러다 보니 강한 수요를
바탕으로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경제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도 촉발할 수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중앙은행 정책 정상화 스케줄에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연준이 “못해먹겠다”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기 때문에 결국 그것을 우리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정말 큰일이 난 것일까? 실적 서프라이즈 뉴스를 보면서 즐거워하다 공급망 차질 이슈로 매도를 고민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까 고민이 된다. 물론 공급망 차질 이슈를 거론한 애플, 아마존, 나이키 등 기업도 포함한 얘기다.
원인을 살펴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이번 공급망 차질 이슈의 원인은 세 가지로 줄여볼 수 있는데...
우선, 물류 대란이다. 백신 보급과 경제 정상화에 따른 상품 수요가 팽창되면서 우리는 뉴욕 및 LA 항구에서 수십 척의 배가 40피트 컨테이너선을 싣고 둥둥 떠있는 기이한 모습을 봤다. 들어올 물건이 들어오지 않으니 유통업체나 공장이 돌아갈 리 만무하다. MSC 나 머스크, 코스코 같은 선사에서 여름부터 그리 얘기를 했어도 투자자들은 체감을 못했다. 결국 이리될 줄 알았음에도..
두 번째로 중국 전력난이다. 중국 전력난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심한 것 같은데, 친환경 정부 정책에 따른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과 호주와의 무역갈등 그리고 중국 내 석탄 가격 급등이다. 일부 석탄 유통업체들은 시장에서 긁어모은 흔적도 보인다 한다. 그러니 가격이 그리 뛰지.. 덕분에 유니마이크론, 창와테크 등 애플, 테슬라 등에 납품하는 전기전자 및 차량부품 업체가 가동을 멈추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동남아 부품공장의 셧다운도 한몫했다. 본래 동남아 조립 공장들은 중국 제조업체에 기본적인 부품들을 납품해왔는데, 전선, ic 이런 것들은 기본이고 태국에 자동차 부품 공장들이 많은데 여기서 터진 거다.
그러나 사람들이 짱구가 아닌 이상 이러한 상황들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것이고, 이제 연준이 장기화로 못 박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희망이 있으면 주식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지 않겠는가...
물류 대란은 바이든 대통령의 긴급 지시 “90 day sprint”를 통하여 숨통은 트일 수 있을 것이다. 항구를 주 7회 24시간 오픈한다는 상황은 현재보다 3배 가깝게 하역 및 통관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숨이 멎은 유통업체에게 CPR을 해주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생각보다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일각의 뉴스가 있는데, 월마트나 코스트코, 타겟등의 트러킹 기동력을 가진 회사들은 효과를 볼 것이고 아니면 어려운 것 같다.
중국의 전력난 또한 정부에서 직접 나섰다. 비트코인을 때려잡았던 발전개혁위원회가 시장 개입 선언을 통하여 중국 내 석탄 가격 폭등을 우선 한풀 꺾었다. 물론 추후 다시 상승할 수 있지만 중국 내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이 단독으로 이러한 사안에 반기를 들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는 가능할 것이다. 중국 공무원 형들은 생각보다 세다...
동남아 또한 일일 확진자 수 또한 백신보급과 함께 나아지고 있다.
공급망 이슈라는 화두를 놓고 말이 참 많았다. 결국 우리는 왜 이런 거국적인 이슈를 보고 있나
다시 돌아가 금리다. 주식 쟁이이지만 또 금리 얘기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 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빚이 얼마나 많은가. 금리가 지금 상승하면 다 폭탄을 떠안고 굴로 들어가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금리가 유가와 상관관계가 높다. 본래 높기는 하지만 작년 초부터 금리와 유가 수준을 고민해볼 때 드라이빙 시즌을 제외하면 유가와 유난히 같이 움직인다. 상관관계(Correlation)가 높다는 표현을 쓰겠다.
문제는 유가의 예측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EIA 재고, 공급(중동국가 이슈), 대체재(천연가스_러시아), 날씨, Speculation, 환율, 경기 수요 전반 등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고, 확실한 것은 그저 지금 유가와 금리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다행히 연말 전망은 80불대 중반이다. (맞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시장 대응"이 답이다.
주식은 어렵다면 어렵지만 앞서의 글에서 설명하였듯 결국 R(금리_할인율)과 G(성장률)의 싸움이다.
따라서 펀드 매니저에 따라 어떻게 보느냐 관점 차이도 있겠지만 좀 장기적인 "시장 대응"의 방법을 보자면 성장률에 기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처럼 성장이 금리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요즘 만인의 화두인 인플레이션을 가격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기인한 인플레이션으로 구분한다면 지금은 성장에 기인한 인플레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이제 상품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로 넘어가는 기점에 서있고 성장성 있는 소비 기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1년 동안 푹 쉰 아마존 같은 기업이다. 예를 들자면 말이다. (테슬라와 비트코인만 쳐다보지 말고 최근 코스트코 주가도 한번 보자)
1000불을 순식간에 훌쩍 넘어버린 내가 제일 좋아하는 테슬라와 전기차 테마는 물론이고,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등도 좋다. 확대되는 섹터가 자명하다. 거기에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눈에 함께 들어온다. 앞서 언급한 공급망 이슈에서 자유롭고 성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어도비,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닷컴 등의 기업도 좋고 이러한 기업들 투자가 불편하면 IGV ETF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온다고 금리를 이길 수도 있는, 잘 가고 있는 성장 기술주를 줄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 안에서 성장을 찾아보는 것이 나을 듯하고, IT+플랫폼+소비의 테마가 녹아든 기업들은 연말에 소비시즌이 다가올 때 더 호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비슷한 관점을 리오프닝에 적용하면 올 초에 한번 들썩인 항공사나 호텔 카지노보다는 에어비앤비, 부킹 홀딩스가 장기적으로 매력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