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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넨브릴레 Dec 07. 2022

유튜브 세뇌 시대, 필터 버블과 에코 챔버

조종사가 들려주는 인사이트 이야기_5/6

인사이트에 대해 써가는 브런치북이다. 아래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인사이트는 "역동적 요소들을 이해함으로써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이라는 정신의학에서의 정의를 기준으로 한다. 


1부에서 나의 현재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과 갈등 해결을 위해 역동적 요소들을 이해하려는 준비가 돼 있는지 살필 것 등을 얘기했다. 타인의 감정 의존과 착각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2부는 역동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보는 가공된 데이터와 주변 상황의 이해를 모두 포함한다. 정보의 특성, 정보 또는 상황을 이해하는 연습, 우리도 모르게 정보 때문에 사고의 편향이 생기게 되는 특성 등을 다룬다.   


이번 편은 "갈등의 해결에 기여하는 깨달음을 위한 역동적 요소를 받아들임에 있어 편향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부. 나(我)와 타인(他人)에 대한 인식

지나친 감정과 착각으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_(自)我

우리가 타인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ㄴ(원제, 原題) 지나친 감정과 착각으로 실수할 수 있음을 인지하라_他(人)


2부. 역동적 요소들의 이해

정보의 홍수 시대, 당신은 진실 찾기를 하고 있나요?

일본 불매운동 반대,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유튜브 세뇌 시대, 필터 버블과 에코 챔버

생존을 위한 편견·선입견, 그리고 용어에 대하여



이전 글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일본 제품 불매한다 - 정상
일본 제품 불매 안 한다 - 정상(우리 회사 일본행 비행기 타 주세요-정상)
일본 제품 불매 안 한다고 욕한다 - 비정상
일본 제품 불매하는 걸로 딴지 건다 - 비정상


나는 과연, 살면서 항상 정상이었을까?



아이가 잘못하는 것과 아빠가 아이를 혼내는 것 중에서 뭐가 더 나쁜 거야? 

어느 날 오랜 친구와 식사 중에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친구는 6학년 딸을 키우고 있었다. 


친구 | 우리 딸은 벌써 화장을 해. 초등학교 6학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혼내는데도 어제 몰래 하다가 또 들켰어. 내가 혼내서 애가 울었지.

  나  | 애가 왜 그러는지는 물어봤어? 

친구 | 뭘 물어봐~ 그냥 화장하는 게 나쁜 거지 하하(멋쩍은 웃음)

  나  | 초등학생 아이가 화장하는 것과 아빠가 혼내는 것 중에서 뭐가 더 나쁜 거야? 

친구 | 야~ 너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몰라서 그래~ 아이가 고학년 되고 화장하고 그러면 너도 생각이 달라질걸? 너나 그때 가서 아이 혼내지나 말아~


어느 쪽도 맞는 생각이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를 만나면 아이한테 잘해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삶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내 친구는 금융권에, 그의 아내는 다국적 외국계 회사에 다닌다. 둘 다 소득 기준 대기업인데, 보통 급여는 업무 강도에 비례한다. 그의 아내는 야근이 잦다.  

둘 다 직장이 서울이지만 집은 동탄이다. 출퇴근 편도에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며 광역 버스를 이용한다.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암에 걸린 자체도 스트레스지만, 암에 걸렸을 정도로 스트레스받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것에 노력한다. 친구는 퇴근 후 집에서 대체로 컴퓨터 방에 들어가 본인 성향의 유튜브 보는 것을 즐긴다.  


나는 아이가 뭔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가장 편한 해결 방법이 혼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두 가지를 짚고자 한다. 아이가 실제로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것과, 혼내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들은 그 유혹에 빠지기 쉽다. 


친구가 사는 곳은 우리 집에서 차로 77km 거리다. 멀다는 얘기다. 친구를 몇 년에 한 번 만나게 되는 이유다. 

마침, 친구 집 근처 골프장에 갔다가 그의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함께 먹은 적이 있었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중에 친구는 두부전골을, 친구의 아이는 중국집을 얘기했다. 몇 차례 옥신각신하다가 친구가 아이를 혼냈다. 

"너는 아빠가 두부전골 먹고 싶다는데 왜 자꾸 중국집을 가자는 거야?!"

아이는 울었고, 내가 중국집에 한 표를 더하여 결국 우리는 중국집으로 갔다. 아이가 혼났어야 할까?


친구와의 대화를 이어가 보자.


  나  | 너나 네 와이프가 모두 피곤해서 그런지 아이를 자주 혼내는 것 같더라. 혹시 아이가 집에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친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화장하는 것에 매달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봤어?

친구 | 내가 혼내는 것과 아이가 화장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화장을 하니까 혼내는 거지.

  나  | 지난번에 보니 네가 사소한 일로 아이를  혼내더라. 아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짜장면 먹고 싶은 건 맛에 대한 욕구의 표현이지 잘못이 아니잖아~ 두부전골을 먹고 싶은 아빠를 이해하지 못한 게 잘못이라면, 짜장면을 먹고 싶은 아이를 이해하지 않은 너도 잘못인 거고. 그러지 말고 언젠가 시간 내서 아이한테 네가 잘못했다고 얘기해~ "나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서툴렀다"라고 인정하고 아빠가 혼낸 건 옳은 일이 아니었다고 해봐. 용돈 조금 더 주면서 "이건 기왕이면 좋은 화장품 사는 데 보태"라고도 얘기하고...

친구 |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제 아이 얘기 그만하자.

(몇 개월 후 통화에서)

  나  | 아이한테 잘못했다고 얘기했어?

친구 | 아니~ 뭐하러 그래~

  나  | ···


아이를 혼낸다 - 정상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 정상

아이를 혼낸다고 뭐라 한다 - 비정상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고 딴지 건다 - 비정상


나는 친구에게 비정상인 사람이 되고 있었다. 



에코 챔버와 필터 버블이 만드는 사회현상

초등학생이 화장하는 것은 혼나야 하는 행위일까? 

논문 『초등학생들의 화장에 대한 인식과 사용실태에 관한 연구(김지영, 2020)』를 보면,

초등학생 조사 대상자의 50.1%가 색조화장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으며, 48.8%는 부모님이 구매해주신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은 73.3%가 키즈카페를 가본 경험이 있고, 60.9%는 화장하는 영상을 보았고, 29.2%는 완구용 화장품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초등학생의 절반이 색조화장을 하고 있으며, 화장하는 아이 부모의 절반 가량이 직접 화장품을 구매해 주고 있다. 우리 아이가 유별나서 화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2018년 1월 13일 유튜브에 게시된 헤이지니의 『[키즈 메이크업 VS 리얼 메이크업] 회사원님과 함께 복불복 랜덤 뽑기 화장놀이』는 2022년 12월 7일 현재 조회수 1,840만 회를 넘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내 친구의 아이는 이 동영상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동영상 하나만 보는 것으로 끝났을까? 


미국 온라인 시민단체 무브온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2011년에 쓴 책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 알키)』을 통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대형 IT업체(현재에 와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가 개인 성향에 맞춘(필터링된) 정보를 제공하여 비슷한 성향 이용자를 하나의 버블 안에 가두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6학년이란, 친구 두 명중 한 명은 색조화장을 하고 있는 사회에 소속되며, 미디어에서 우연히 본 동영상 때문에 유사한 내용을 계속 추천받을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던 나의 친구는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나는 어느 정당의 후보에 투표했다. 선택은 했지만 누가 되든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는 반드시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직후,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나를 적이라고 했다. 

에코 챔버(Echo Chamber)라는 말이 있는데 반향실 효과라고도 한다. 반향실은 녹음실과 같이 특수재료로 벽을 만들어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리게 만든 방이다. 반향실에서는 어떤 소리를 내도 똑같은 소리가 되돌아온다. 이를 빗대어, 본인과 같은 입장을 지닌 뉴스나 유튜브만 반복 수용하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만 의견을 나누어, 기존의 신념이 닫힌 상태로 증폭·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친구는 특히 유튜브에 빠져 있다. 회사를 마치고 1시간 반 동안 광역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녹초가 될 것이 뻔하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본인 성향의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필터 버블은 의도와 상관없이 우연히 클릭했던 처음의 선택 때문에 유튜브가 그 성향의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에코 챔버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본인 성향의 콘텐츠만 찾아본다는 차이가 있다. 


아빠도 아이도 어떤 사건에 대해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에 빠지기 쉬운 세상이다. 아빠는 의도적으로 왜곡의 사고에 갇힌 가능성이 높은 반면(에코 챔버), 아이는 본인 의지가 아닌 '사회 현상에 따라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필터 버블)는 차이가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화장품을 지나치게 사용하면 유해성분에 노출되고, 외모에 집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미취학 여아를 성인과 비슷하게 화장하고 꾸미게 하는 것은 아이들을 성적 대상으로 환원하는 효과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외양 치장을 넘어서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몸을 남성들이 소비하기 좋은 몸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진다는 면에서 강력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누가 아이에게 이런 문제점을 가르쳐야 할까? 

친구의 아이는 아빠에게 혼나고도 몰래 화장한다고 했다. 아빠에게 혼난 아이는 이제 필터 버블이 아니라 에코 챔버에 갇히게 된다.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찾아 입증하고 싶어질 것이다. 

만약 아빠가, 

초등학생의 절반은 화장을 한다고 하니 네가 화장하는 것이 특별할 것은 없다.

혹시 네가 화장하는 이유가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니?

화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63.9%가 ‘화장하면 예뻐서’라고 하는데 너는 충분히 예쁘다. 

전체 학생 중 나머지 절반의 학생은 여전히 화장을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얼까? 화장하지 않는 친구들 73.2%가 ‘관심이 없어서’라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화장의 단점은 유해성분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너는 품질이 좋은 제품을 쓰고 있니? 아빠, 엄마와 같이 가서 더 좋은 제품을 사보자.

라고 한다면 아이는 '화장을 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아빠가 '아이가 화장하는 것은 나쁜 행위다'라는 편향(고정관념)으로 아이를 혼내기 전에 현상을 파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균형된 정보를 습득해야 했다. 내가 위에 언급한 모든 내용은 포털 사이트에서 '초등학생 화장품'으로 검색해서 얻은 결과다.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생성한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 스마트폰이 인터넷을 주머니에 갖고 다닐 수 있게 했다. 언제든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가 정보를 선택하는 것을 넘어, 특정 성향의 정보가 우리에게 노출된다. 우리도 모르게 특정 성향의 내용만 골라서 보게 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사고가 편향되기 쉬운 세상이다. 


사고(思考)가 편향되지 않도록 지식을 넓히고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인사이트다. 



덧붙임. 


1. 보통 키즈카페에 화장과 관련된 부스(booth, 칸막이한 공간이나 좌석)가 있다.


2. 혹시나 『초등학생들의 화장에 대한 인식과 사용실태에 관한 연구(김지영, 2020)』 논문이 2020년 시점의 이야기일 뿐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분이 있다면, 대단한 분이라고 하고 싶다. 의식조사 통계는 시점 또는 특정 기간의 현상을 대표하지 흐름을 대표하지 않는다. 

2011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국민이 말하는 정책에는 "화장하지 않고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기사가 있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4년 1,200억 원에서 2017년 2,000억 원 규모로 약 70% 성장했다. 

2017년 녹색소비자연대의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색조화장을 하는 초등학생의 비율은 42.7%를 기록했다. 

최근 어린이 화장 교실이 열리기도 한다. 

이제는 대세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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