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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Feb 09. 2022

정확한 직업이 없는 나는...

오직 타인을 위해 바쁜 내 일상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건지,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혹은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남편을 도와 회사 일을 찔끔 하고,

아이들 셋 돌아가며 수발 들고,

집안 일(식사,청소,빨래)들을 처리하고 나면...

가끔 난 빈껍데기처럼 느껴진다.


분명 '직업'이란 게 있다면 있는데...

정확한 전공이 없다.

잉여 인력같은 기분...



남편이 필요하다면 달려가고,

아이들이 필요하다면 달려가고,

집이 필요하다면 달려가고,

24시간 대기조인 심부름센터같은 이 느낌은 뭘까?



육아와 가사에 몰입하던 지난 10여년간, 단 한번도 내 처지를 비관한 적은 없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많이 비비고 냄새 맡으며 사는 전쟁같은 삶을 당연시 받아들였다.

이 때가 지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는 순간도 오리라 기대했는데..


아이들은 중학생,초등학생,유치원생으로 모두 자랐지만 여전히 내 손길을 기다린다.

끝없는 상의와 요구, 물리적 보조역할까지...

남편의 도움이 1도 없는 가사노동과 육아는 아직 내가 빠질 자리가 아니었다.


이제 내 영역은 더 확장되었다.

아이들이 집을 비운 시간, 남편까지 나를 부른다.

회사의 애매한 일들을 내게 시키는 상황까지..

왠지 우울하다.






30대 초반, 둘째를 낳으며 내 전공을 포기할 때만 해도 아무 후회가 없었다.

아이를 잘 기르는 것도 내 삶의 한 부분이라 여겼고, 육아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아이들 셋을 독박으로 키우며 나름 만족감도 높았다.


무엇때문일까? 이제 와서 이런 쓸쓸함이 느껴지는 건...


30대를 바친 육아의 경험이 '현재 나'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서일까?

(이성의 소리 : 분명 너를 성장케 했어..인격적으로..)

지금 나의 처지가 내가 그리던 미래가 아니어서일까?

(이성의 소리 : 자녀에 대한 꿈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잖아)

내 상황에 그저 감사할 줄 몰라서일까?

(이성의 소리 : 매일 잠들기 전, 돌아보면 감사하다고 고백하잖아)


제일 큰 문제는..내 안의 기쁨이 사라져버린 것 같다.

영혼이 없어진 기계같은 움직임..






결혼과 육아에 지친 자신을 부정하며, 자아를 찾으려 몸부리치던 지인들에게 충고랍시고 떠들던 때가 생각난다.


만물이 때가 있는 것이라고...

아이를 기를 때가 있고, 자아를 실현할 때가 있는 것이라고....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

.

정신을 가다듬고, 내게 다시 외쳐본다.


만물이 때가 있어.

지금의 미미한 일들도 또 다른 시작들이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현재에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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