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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Mar 11. 2022

돈을 요구하는 초등 아들의 친구들

나의 오해이길...

"엄마, 나 2만원만 줄 수 있어?"

"왜? 어제도 5천원 줬잖아"

"아~그건 애들이랑 음료수 사서 다 나눠먹었어~"

"근데 2만원은 또 뭐하게 ?"


적절한 표정이나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너무도 당당한 요구였다. 이유인즉슨, 친구들과 주말에 앵무새카페를 가기로 했는데, 1명이 입장료를 대신 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베푼다는 '선의'에 도취된 듯 보였다.'이것은 반드시 해줘야 하는 일이다' 라고 나름 결론을 지었으니 당당하게 요구한 것이다.


"걔는 자기 엄마한테 달라고 해야지, 왜 너한테 돈을 달라고 해?"

"아~걔 부모님 결혼기념일 선물 살 돈이 부족하대. 용돈 받으면 전부 모아서 선물 산대~ 엄마가 입장료 좀 내주라, 응?"


이 이야기만 들었다면, '고녀석 참 귀엽다'라며 그 효도에 내가 보탬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몇 달 전 있었다.


아들과 친구 A , B는 종종 축구를  차며 같이 논다.

몇 달 전, 친구 A는 생일이라며 아들에게 선물을 요구했다.

아들은 샤프를 사주겠다고 했지만,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면서 만나지 못했고 선물을 주지도 못했다.

며칠 만에 만난 친구 A는 선물이 없으니 대신 돈을 달라고 했단 것이다. 샤프 2개 살 돈 1만원!

아들은 친구 선물을 못해줬다는 생각에 순순히 그 돈을 주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몇 달 후, 친구 B가 아들에게 또 입장료를 요구한 것이다. 함께 다니는 3명의 친구 중, 2명이 우리 아들에게 금전적 요구를 했다?

아이들끼리 그럴 수도 있다고 하기엔, 찝찝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아들아~ 친구들에게 베푸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너희는 이제 4학년이야. 돈을 함부로 쓸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 아이들끼리 돈을 주고 받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다음에 엄마가 같이 가면, 친구를 데려가 줄께"


아들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난 그냥 입장료 내주고 싶은데..."라고 중얼거렸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옆에 서있던 친한 동생,  '아주 눈치 빠른 녀석'이 한 마디 보태주었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친구끼리 돈 거래 하는 거 아니래! 빌려주지도 말래!"

똑 부러지는 답으로 내 마음을 대변해준 것이다.


아들은 내 말보다 그 동생의 말을 듣더니, 다소 수긍하는 듯 했다.

"그래...난 친구한테 돈 달라고 말 한 적도 없어. 나라면, 엄마한테 좀 빌려달라고 했을거야...알겠어"





순수한 마음으로 봐야할 아이들의 행동에 언제부터인지 '어른의 시선'이 깊숙히 개입됨을 느낀다.

색안경을 끼고 잣대질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하얀 밀가루로 손발을 칠하고 덤벼드는 늑대가 아닐까'하는 노파심을 놓을 순 없었다.


뉴스,영화,웹툰,유튜브 등 수많은 미디어에서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아이들이 상식적인 사회적 기준을 제대로 배우기 전에, 혼탁한 미디어들을 무질서하게 해석하고 모방하는  아닐까, 혹은 내 마음이 먼저 오염된 것은 아닐까..


제발,내 마음이 어두워서 아이들의 순진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면 좋겠다.

이제 고작 11살인 아이들에게 이미 서열이 정해지고, 강자와 약자의 역할이 나누어진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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