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잘안 Jan 11. 2023

아이 셋 엄마는 웃지 못한다

양육의 아마존

우울증을 다시 만났다.

20대에 처음 만난 후, 40대에 재회한 셈이다.

진단을 받음으로 재회한 셈이지, 어쩌면 줄곧 함께 했을지도 모른다.


본성도 우울기질이 짙은데, 양육의 스트레스가 날 삼켜버린 것이었다.


약을 두달 정도 복용하자 기분이 꽤 나아졌다.

우울증이 호르몬계 질병이라는 과학적인 설명을 들으니, 내가 덜 불쌍하게 느껴졌다.

넉달째 되던 날, 의사는 약 복용을 중단하길 권했다. 최소 6개월은 먹는게 이론이지만, 내 상태를 보니 꼭 그러진 않아도 된단다.

마음같아선 약의 힘을 빌린 안정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의사는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다.


다시 양육의 아마존에 던져진 기분이었다.




중학생 첫째, 초등학생 둘째, 유치원생 셋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개성 강한 아이들을 대하는 건, 사람이 감당하긴 벅찬 일이다.

특별히 잘 해주는 것도 없지만, 각기 다른 성장기를 보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찬다.


아들 둘이 싸우기라도 하는 날은, 내 몸이 잿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기분이다. 우울증이 드러날즈음부턴 소리 지를 기운조차 없었다.


막내딸은 분위기가 싸해지면, 내 귀를 당기며 속삭인다.

"오빠들한테 소리지르지마~ 나 듣기싫단말야"

이 어린 것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또 나를 삼켜버린다.


아이 셋을 키우는 나는 오늘도 웃지 못했다.

잠든 모습을 보고서야, 이마 한 번씩 쓰다듬으며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웃음이 어색해진 '엄마'라는 자리가 안쓰럽다.

크고 작은 성장기를 더 큰 마음으로 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