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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l 15. 2022

엄마의 새벽 밥상


연수가 잡혀서 지방에 가야 하는 일정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연일 비  소식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살살 와주는 비라면 친구 삼아서 좋아라 하겠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경험상 폭우 속에 운전은 너무 무섭다. 아침까지도 고민을 했지만 다행히 비가 잠잠한 틈을 타서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고민을 하는 이유는 연수장소 근처가 친정이기 때문이다. 일부러는 가기가 힘든데 어차피 가는 길에 엄마 얼굴도 보고 한두 시간 쉬었다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후회를 했다. 차선을 바꿀 수 없을 만큼 비는 쏟아졌다. 평소보다 긴 시간이 걸려서 연수 장소에 도착했다.


 연수가 끝나고 집으로 달려갔다. 고향을 떠나서 지낸 학창 시절까지 빼면 20년도 제대로 보낸 곳이 아니다. 그런데 동네 입구에 커다란 둥구나무가 보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엄마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기분과 같다. 런 기분을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엄마, 나 왔어."

"그려."

"뭐해?"

"밥해."

"맛있겠다."

비 소리가 점점 커진다. 거실로 들어온 비를 닦으면서 엄마가 묻는다.

"빨리 먹고 가야겠다."

"나 무서워서 내일 새벽에 갈 거야."

"그럼, 그려."

저녁을 먹고 난 후에 집에 식구들과 통화를 했다.

"엄마  조심해서 빨리 와." 

"걱정 마. 일찍 자고 학교 늦지 않게 일어나서 오빠들 깨워."

"알았어. 엄마, 사랑해."

"나도 사랑해."


 딸과 통화하는 모습을 보는 내 엄마가 웃으신다. 나도 '마 사랑해.'라고 말할 걸 못했다.


엄마 바로  옥수수와 옆동네 이모가 가져온 자두 내왔다. 옥수수와 자두를 먹으면서 동네 소식을 들었다.

"내일 새벽에 가려면 빨리 자."

"어."

10시가 되기 전에 엄마는 주무셨다. 나도 따라 잠자리에 들었다. 빗소리도 좋고 우리 집과  내 엄마 냄새가 편안하다.


새벽 4시 엄마가 "쓱쓱 싹싹, 덜그럭 덜그럭" 쌀을 닦고 밥을 하신다.

그 옛날 그때처럼 나를 위해 밥을 하신다.

몸이 아파도 시간에 쫓겨도 돈이 없어도 엄마가 자식들에게 해 줄 수 있었던 사랑의 표시  정성의 표현 그 밥상을 준비하신다.


나는 지금 내가 없는 두 끼를 라면과 시리얼로 채워야 했던 가족들에게 사죄라도 하듯 아침 일찍 쌀을 씻는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새벽 아닌 아침 밥상을 준비한다.


나는 토마토 주스를 하나 더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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