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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l 01. 2022

장마 속에 건진 강아지들



비를 좋아해서 비가 오는 요즘이 좋다. 그렇다고 축축한 바닥과 공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가물었기 때문에 비를 기다리기도 했고 열흘이면 끝날 거라고 생각을 해서 더 즐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집안에 비가 세거나 바람에 부러진 고목이 나의 출퇴근 길을 막 않았음에 안심하고 출근을 했다.  


내가 움직이기만 하면 쏟아지는 비를  뚫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옷에 묻은 비를 털어내고  차 한잔을 다.'까똑' 미술 선생님이다. 사진이 주욱 날아왔다. 사진을 보는 순간 '으악~' 또 일이 벌어졌구나. 통화 버튼을 누기가 겁이 난다.


"선생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이 사진은 또 무슨 일이야."

"선생님이 상상한 그대로야."

"이 번에는 몇 마리예요?"

"다섯 마리. 일곱 마리 같았는데 두 마리는 잘 못 된 거 같아요."

"이 비에 뭔 난리래요."

"우비 입고 빗속에 건져왔어."

"선생님이 살려주는 거 알고 계속 거기서 낳는 거야."

"쌤네 컨테이너를 치워. 여름에는 컨테이너 아래, 겨울에는 울타리 풀 속에 아주 자리를 잡았어."

"장마 통에 참나."

"땅 주인 닮아서  자손이 번창하는 땅 ."

"맞아요. 집터고 밭이고  다들 출산하고 있어요. 집은 병아리 고양이 새끼들 때문에 난리예요."

"비에 떠내려 갈까 봐 그랬는지  어미가 버드나무 아래로 옮기다가  새끼들 놓쳐서 난리가 났어. 데려다가 씻기고 진드기 다 잡아주고 요렇게 놀고 있어요."

"이 번에는 또 어디다 분양을 하지?"

"카페에 올렸고 옆동 수의사 선생님이 분양 못 하면 데려가신데요."

"다행이다.  부부 개도 데려가시는 게 어떨지  물어봐요."

"그러네.ㅋㅋ"

"여하튼 장마와 폭설 때마다 개 살리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늘 말하지만 복 받을 거예요."

"복 그만 받고 싶으니까. 이제 땅주인이 해결해.ㅋㅋ"

"결은 못하고 사료 사 가지고 갈게요."

"분양할 분 있는지도 꼭 알아오세요."


작년 봄부터 우리 집 고구마 밭에 유기견 부부가 자리를 잡았다. 

작년 여름에 밭에 놓은 컨테이너 밑에 새끼를 낳았다.

겨울에는 추수가 다 끝난 밭 가장자리 햇볕 잘 드는  풀숲에 자리를 잡아 새끼를 낳았다. 그때마다 새끼들을 살려주는 분이 계시다.  고구마밭 바로 옆에 고구마빵 공장  사장님 부부가 주인공이다.


사장님 가족은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네 불쌍한 개들은 이곳으로  다 모인다. 죽어가는 모습으로 찾아와서 가족이 되고 건강하게 살다가 수명을 다하고 떠나는 것을 몇 번을 봤다. 그때마다 여자 사장님이신 미술 선생님은 다시는 거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한다. 하지만 매번 그 말은 그냥 하는 소리가 되어 버린다.


오늘도 작년 여름과 똑같이 같은 자리에  새끼를 낳은 것이다. 유기견 부부는 미술 선생님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새끼를 낳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어제는 폭우에 컨테이너 아래에 물이 차오르자 새끼들이 떠내려가는 줄 알고 동네가 떠나가라 짖으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구조를 요청한 것 같다. 그 불안하던 모습과는 달리 비로 잠긴  밭랑을 피해서 물 위로 솟아 오른 두둑 위에 엎드려서 공장 카페를 쳐다보고  있다. 새끼들이 안전하게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듯  유기견 부부는 아주 편안해 보인다.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만났을까?


세상에는 자식이고 뭐고 책임감이고 뭐고 개만도 못한 사람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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