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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n 17. 2022

나는 언제 착한 사람이 될까?

작은 꽃 같았던 착한 아내가 바라던 삶


남편의 친놀러 왔다. 남편 친구인 찬이 씨는 남편이 아닌 나와 같은 족보 속에 이름이 올려져 있다. 나는 18대손 찬이 씨는 21대손이다. 그래서 나를 제수씨 대신 할머니라고 른다.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찬이 씨는 15 년 전에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놀러 왔었다. 그리고 우리 막내 돌잔치에서 얼굴을 잠깐 보고 오랜만에 만났다.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 집에 올 때는 부인이 첫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입덧이 심해서 인지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첫 아이를 임신했다면 입덧이 심해도 행복한 기운이 막 돌아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없었다. 내가 친절한 사람이 아닌데도 마음이 쓰였다.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었고 수제비 인지 칼국수 인지가 먹고 싶다고 해서 직접 반죽을 해서 내가 만들어 준 기억이 난다. 남편과 친구가 이야기를 하는 깐 동안  나도 찬이 씨 부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친정엄마가 없다는 말, 시부모와 살고 있고 남편은 요즘  바쁘다는 상황들이 기억난다. 말을 하면서 심성이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심을 먹고 집 근처 찻집에 갔다.  홍시 메뉴를 보고  먹고 싶다고 해서  홍시를 사줬던 기억이 난다. 아기를 낳으면 데리고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런데 15년 만에 찾아온 친구는  다른 여자와 손을 잡고  앉아있다. 이미 함께 살고 있고  곧 혼인신고를 한다고 한다. 집까지 오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내가 칼국수를 끓여줬던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연년생 젖먹이  아이들을 두고 떠났다는 소식에 나도 한 동안 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간 동안 누구보다 찬이 씨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마지막  떠나는 길에 남긴말을 두고 남편이 우리 부부싸움에 인용했다가 싸움이 더 커지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떠나서 미안해. 꼭 행복해.


이제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착한 아내가 바라던 대로  찬이 씨는 행복해 보였다. 20년  넘게 살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재혼이 행복의 길인가? 잠깐 흔들릴 만큼 찬이 씨는 행복함을 뽐내고 갔다. 믈에 하는 연애만큼 이뻐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십에 하는 연애도  감정은 비슷해 보인다.


진심으로 축하해줘야 함이 마땅하건만 나는 먼저 떠난 부인 생각이 계속 겹쳐졌다.  

친구가 떠나고 남편이 물었다.


"매운탕 거리도 받아 오지 않았어?"

"그냥,  매운탕까지 끓여주기 싫었어."

"왜?"

"죽은 사람 생각나서..."


대답을 해 놓고도 웃긴다. 어쩌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떠난 아내도 바라는 찬이 씨의 행복을 나는 왜 온전하게 응원하지 못할까? 나는 언제쯤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앞에서 벌인 애정행각은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이제 우리 집에 오지 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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