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너무 좋으면 글자 앞에 ‘개’가 붙는다.
오늘 날씨, 개 좋았다.
파란 하늘, 완벽한 구름,
바람도 싫지 않게 나를 간질였다.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흥얼거리며
진짜 우체국으로 향했다.
등기창구에서 건네받은 두 장의 봉투,
‘망 이우영의 소송수계인’
나와 딸의 이름으로 온
하얀 서류 두 개를
가슴에 품었다.
돌아오는 길,
SG워너비의 한여름날의 꿈.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내 플레이리스트는 계속 돌아갔다.
개반짝이는 태양이
오늘따라 부담스럽다.
내 눈에서 떨어지는 무엇을
가리고 싶다.
선글라스가
필요한 날이었다.
노화가 멈춘 것 같다는 아들 말처럼
몸이 아니라 마음의 시간을 멈추고 싶었다.
그래서 달리기 시작했다.
번뇌를 끊기 위해,
숨이 고요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