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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처럼

by 앞니맘


둘째 아들 휴가에 맞춰 2층 방을 정리했다. 정리를 끝낸 방은 아빠의 흔적과 아들 물건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엄마, 나왔어."

군복 차림의 아들이 커다란 가방을 메고 들어섰다. 안아주려던 내가 오히려 품에 안겼다. 두 번째 휴가, 아들이 먹고 싶다는 건 김치찌개였다. 나는 전날 시장을 보고 일찍 퇴근했다. 김장김치에 새우젓으로 간을 한 찌개를 끓였다. 텃밭에서 뜯어온 가을 상추도 식탁에 올렸다. 밭에서 따온 대추와 포도, 토마토, 귤 집 안의 모든 과일을 꺼내 식탁을 채웠다.

“우리 집 김치찌개 냄새 좋다.”
콩과 밤을 넣은 밥과 찌개 한 냄비뿐이었지만, 식탁은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식사 후, 아들이 선물을 꺼냈다. 나는 화장품을 받았다. 비싼 화장품이라고 강조했다
“엄마는 노화가 멈췄어. 혹시 연애해?”
“그렇지? 이뻐졌지?”
아들의 장난 섞인 말에 웃음이 터졌다.


건강검진 후 걷기에서 달리기로 운동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은 운동화를 보더니 바로 새 러닝화를 주문했다.

“운동 열심히 하라고 드리는 선물입니다.”
“역시 군인이 제일 부자네.”

딸과 큰아들은 부럽다며 본인들 필요한 것도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거실에 웃음이 터졌다.


"다 큰 애들이 뭐야. 정신없어."

식탁을 정리하는 등 뒤로 쿠션이 날아다니고,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층간소음 걱정 없는 주택이 새삼 고마웠다.


설거지를 마치고 돌아보니, 아들이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삼 남매가 번갈아가며 건반 위를 누르며 서로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야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선임이 떠나는 날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 여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후임의 사연까지. 세 남매의 웃음소리가 오랜만에 집을 가득 채웠다.


휴가 3박 4일 중 가족과 함께한 시간은 단 하루.
아들은 다음 날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갔다.

“이제 짧게 짧게 자주 나올 거예요.”

그 말에 서운하지 않았다. 잘 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독립할 시기에 떠났고, 나는 그 독립을 기꺼이 응원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아들로부터 조금씩 독립하고 있다.


창문을 열자 10월의 바람이 스며든다. 그 바람이 신청해 준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10월에 어는 멋진 날'

나의 10월도 멋진 날들로 흘러가기를 바라며 바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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