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중에 작은 가슴이 고민인 사람들이 있죠. 그래서 가슴 확대 수술을 고민하거나 실제로 하기도 하는 사람들 말이에요. 사실 난 그 반대의 고민을 하고 살았죠. 가슴 발육이 남달라 오히려 그게 콤플렉스였어요. 내 몸을 쳐다보는 시선들이 불편했고 그래서 몸에 붙는 옷들을 잘 입지 않았고, 늘 가슴을 가릴 수 있는 큰 티셔츠나 루즈한 옷들을 입었어요. 가슴이 커 보이는 걸 늘 경계하여 어깨를 오므리고 다니다 보니 몸 전체가 늘 구부정했어요.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다니는 작은 가슴을 가진 여자들이 부러웠죠.
가슴이 커서 좋은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디스크가 파열된 것도 가슴으로 인해 생긴 늘 구부정했던 그 자세가 원인인 것 같거든요. 어깨와 허리가 늘 아프고 부담이었어요. 그러다가 늘 앉아서 하는 일을 하고, 무거운 책을 꺼냈다 넣었다 반복하다 보니 결국 허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고장이 나더군요. 왼쪽 다리 아래까지 뻗치는 방사통으로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정말 너무도 아팠어요. 그런데 대학병원에서 처방해 준 여섯 알의 약을 삼키고 얼마 안 있다가 통증이 사라지더니 디스크 자체가 다 아문 것같이 하나도 아프지 않더라고요. 방사통으로 인해 발바닥 감각 이상을 느끼지 않았다면 아마 그 여섯 알의 마법으로 금세 다 나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간사하게 통증이 사라지니까 자세를 고치고 운동을 하리라는 결심은 또 뒷전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매달 병원에 가서 3분 진료를 받고 마법의 약을 타오다가 6개월쯤 되었을 때 마지막 약을 한 아름 안고 그 뒤로 더 이상 병원에는 가지 않았어요. mri를 찍어보자는 의사에게 그걸 찍고 난 후 그럼 어떤 치료가 진행되냐고 물었죠. 의사는 시술이나 수술을 하게 될 거라고 하더군요. 전 의사에게 이 약을 다 먹으며 자세를 바르게 하고 걷기도 하면서 1년 이상 지내도록 계속 감각이상이 있으면 그때 mri를 찍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약을 다 먹고 난 뒤에도 병원을 다시 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왜 허리가 그 지경이 되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고, 어떻게 해야 수술 아니고도 디스크가 아물고 허리 통증이 재발하지 않을지는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가 대학병원 의사라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환자 얼굴이 아닌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면서 진료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이해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환자에게 관심이 없는 의사가 제대로 치료를 해줄까요? 그러니 원인도 궁금하지 않고 약처방을 하고 호전되지 않으니 시술이니 수술을 권하는 게 아닐는지.
대신 유튜브를 찾아보았어요. 그렇게 나는 '진짜 의사'를 찾았어요. 밀려드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바쁠 텐데 그분은 자신이 다 만나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영상을 찍고 있었어요. 투박한 영상 그 자체였지만 그 교수님의 말은 모두 진심이 담겨 있었죠. 허리디스크 환자의 대부분은 자세 교정과 운동으로 수술하지 않고 완치될 수 있다고 했거든요. 특히 운동보다도 평소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어요. 디스크 환자는 60%가 유전적 요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큰 충격으로 인한 디스크 손상과 잘못된 자세로 인한 디스크 환자가 많으니 당연히 자세 교정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하더군요. 올바르게 앉은 자세와 누운 자세 그리고 운동자세 이 3가지 모두를 강조했어요.
난 우선 앉는 자세를 고쳤어요.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많았으니까요. 그 의사 선생님은 앉아있는 게 허리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오래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허리를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라고 했어요. 오래 앉아 있어도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다면 허리 디스크가 잘 아문다고 하더군요.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설마 명색이 '서울대 의대 교수'님이 공식적으로 뻥을 칠리는 없다는 권위의 오류를 범하면서도 의심 없이 그냥 믿고 싶었어요.
늘 큰 가슴이 부끄러워 움츠렸던 어깨와 가슴을 펴고 허리의 C자 곡선을 유지하면서 앉았죠. 무의식 중에 자세가 무너지면 수업 중간중간 일어나서 어깨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손바닥으로 허리를 받치고 고개와 몸을 뒤로 젖혀서 요추전반 자세를 만들어 허리의 C자 곡선을 크게 만들어요. 그런 뒤 다시 앉아 있을 때는 꼭 허리가 C자 곡선이 유지되도록 허리 쿠션을 벨트를 하는 부분에 대고 앉아 있어요. 그렇게 하루 종일 오래 앉아 있어도 확실히 피곤함이 덜하더군요. 허리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님 채널 '정선근 TV'
그 허리박사님이 추천해 준 가장 쉬운 운동이 바로 '발뒤꿈치 들기'예요. 이제 운동을 할 거라고 스스로 선언을 하고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이 발뒤꿈치 들기랍니다. 일단 너무 간단하고 쉬운데 이 운동이 허리근육과 종아리 근육 단련에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허리 디스크 파열된 저 같은 사람이 안 하면 손해라는 말에 시작했어요. 워낙 운동하는 걸 싫어하다 보니 힘들겠다는 생각과 느낌만 들어도 하지 않는데 이건 솔직히 꽤 만만해 보였거든요. 까짓것 이건 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이 간단한 것도 운동이라고 3일 동안 200번씩 하니까 1주일간 종아리가 땅기고 아프더라고요. 이 운동을 한지는 이제 거의 두 달이 되어가는데 300번으로 늘려가는 중입니다. 이젠 아무리 해도 종아리가 땅기거나 아프지 않아요. 그리고 종아리는 전보다 확실히 단단해진 느낌이구요.
이렇게 이번주는 반려견 산책과 함께 이 발뒤꿈치 들기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나 자신이 기특해요.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결심을 한 건데 반려견 산책과 거기다가 발뒤꿈치 들기를 무려 200번 이상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이 정도면 이번주는 성공이에요. 그럼 운동을 좀 더 늘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