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슬럼프가 온 걸까요? 고작 일주일 걷기와 맨손체조를 하고는 싫증이 난걸까요?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는게 너무 힘이 들었어요. 일은 오후부터 시작하는 터라 아침 일찍 강제 기상할 이유가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래서 어영부영 오전을 보내기 일쑤죠.
만약 나에게 주어진 오전 시간을 잘만 썼더라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일을 했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앞으로 대각성해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예요.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죽을때라 하잖아요. 그냥 어제보다는 조금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을뿐이예요.
반복된 번아웃 이후 인생 2막은 좀 다르게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식단을 실천하고 운동도 시작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1일1식을 하고 가공식품과 설탕, 밀가루,나쁜 기름, 튀김을 멀리하고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찾았어요. 내 삶의 주도권을 갖게 되어 타인에게 공급받는 인정이 아닌 진짜 자존감이 높아지기 시작했죠. 이제 식단 다음엔 운동입니다. 운동으로 몸의 힘을 되찾게 되면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거라는 막연하지만 분명한 기대를 하고 있어요.
다만 이 글의 시작에서 미리 고백을 했듯이 전 운동이 너무나 싫습니다. 그냥 싫은 정도가 아니라 혐오해요. 안 움직일 수 있으면 안 움직이고 하는 일을 하는게 좋아요. 운동을 하면서 행복하다거나 재밌다거나 한 적이 없거든요. 어떻게하면 운동이 재밌어지나요?
그래도 결심한게 어딘가요.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혼자든, 반려견과 함께든 일단 밖에 나가 햇빛을 쐬면서 걷는 걸로 아침을 시작하리라 계획을 세웠어요. 그리고 들어와서는 맨손 운동을 2가지하고 글을 쓰고 1일1식을 하는 걸 루틴화시키겠다고 마음 먹었죠.
작심3일?
작심7일은 했습니다.
엄마나 선생의 삶은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많은 마음의 에너지를 타인에게 내어주며 살게 되죠. 그래서 그런가 언젠가부터 마음의 에너지는 마이너스 통장이 된지 오래입니다. 채우지 못하고 계속 꺼내쓰다가 파산이 났습니다. 그래서 내게 운동을 하라고 몰아부치고 싶지 않아요. 여전히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기대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나를 이해해주기로 했어요. 보시기에 핑계같아 보이지만 제겐 이유입니다.
운동도 해야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더 하기 싫은 것 같습니다. 운동이 하고 싶은 일이 되면 좋겠지만 난 아직 방법을 몰라 어제보다는 더 많이 움직여보는 걸로 타협을 한거죠. 건강해지고 싶으니까요.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왜 그렇게 운동은 싫은 걸까요? 문득 원인이나 이유를 알아야 문제해결이 잘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방법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는 지금 이유가 아니라 아무래도 핑계를 찾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을 바꿨습니다.
운동을 왜 해야하는가?
NO!!!!
온동을 어떻게 하면 꾸준히 할 수 있을까?
YES!!!
오늘은 아무래도 눈뜨자마자 스마트 폰을 손에 든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아요. 스마트 폰을 드는 순간 처리해야할 일들을 하고 동시에 유튜브로 넘어가서 구독하는 채널의 새영상도 보다가 그만 쇼츠로 넘어가고 말았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 폰을 보는 건 최악의 습관인 것 같아요. 특히 번아웃이 되어 무기력증과 우울함이 가장 심했을때 가장 많이 한 행동이 2가지인데,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거나 스마트 폰을 끝도 없이 본다는 거였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스마트 폰을 오래보면 이제 자동으로 우울함이 올라옵니다. 몸이 그때의 힘든 마음을 불러오듯이 말이죠.
그렇게 스마트 폰으로 딴 세상을 다녀오느라 현실의 시간을 날려버렸네요. 흠~오늘 오전을 날려버리고 산책도 맨손 운동도 못했어요. 싸구려 도파민으로 쾌락을 채우면 댓가는 반드시 고통으로 돌아옵니다.그러고 나니 바로 자책모드로 전환되더라구요. '으이우~~ 한심하긴' 그래서 자책 오디오를 끄고 대신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어요.
그런 날도 있는거야.
매번 열심히
매번 잘할 수는 없어.
너무 열심히
너무 잘하려다
너무 애쓰다가
번아웃이 된거니
그냥 실수해도 괜찮아.
오늘 내가 널브러져 있는다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런 날도 있는거야.
내일 다시 시작하자.
내일은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대신 책을 읽자.
친구의 선물로 받은 운동화를 신고 달려볼까?
조금 있다가 스마트 폰 알림하나가 떴어요. 이런 이런 스마트 폰을 내려놓는게 너무 힘든 세상입니다. 수시로 나를 불러재끼는데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어라? 주문한적 없는 운동화가 배송되었다네요? 며칠 전 친구가 생일도 기념일도 아닌데 대뜸 신발 사이즈를 묻더라구요. 그래서 사이즈를 알려주었더니 운동화를 선물로 보내왔어요. 자신의 인생 신발이라면서 요즘 이것만 신으니 저도 그 편안함을 같이 느꼈으면 한다구요. 감동이네요. 저 이런 친구가 있는 사람입니다. 하하!
내가 운동을 하다가 이때 쯤 되어 꾀를 부릴 걸 알았던 걸 까요? 오래된 운동화를 핑계로 큰 결심하고 시작한 운동을 또 미루다 그만둘까 걱정했던 걸까요? 여하튼 너무도 절묘한 타이밍이군요. 살다보면 설명할 수 없는 재밌는 우연들이 일어나죠. 그리고 그 우연이 어떤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기회의 시간이 되기도 하구요. 걷기와 맨손 체조가 익숙해져 그 다음으로 10분씩 달려보려 했지만 영 내키지 않고 마음에 저항이 생기고 있었던 찰나였어요. 오래된 신발을 핑계삼아 새 운동화를 주문하고 그 배송기간 동안 그냥 대충 넘어가보려 했거든요. 그리고는 스마트 폰 세상으로 들어가 내가 마주해야할 '달리기 싫은 나'를 피하고 싶었던 것인지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