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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Jun 22. 2022

친절과 불친절의 사이 어디쯤

모든 말은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이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12월에 연말 정산하는 것이 더 익숙했었는데, 요즘은 연말정산이라는 단어보다 종합소득세 신고가 더 익숙하게 되어버렸다. 종합소득세를 한 번도 신고해 본적이 없을 때 그 당혹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 초록창에서 검색만으로 나와 비슷한 경우의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고, 그들의 후기를 따라서 하나씩 하나씩 진행하다 보면 종합소득세 신고도 어느덧 끝나 있었다. 몇번을 반복하니 종합소득세 신고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였다. 여태 일해 왔던 것들은 소득이 얼마 안 되니, 사실 종합소득세를 신고를 하라며 친절하게 알려주는 우편물과 다르지 않은 금액일 거라고 생각하고 소득신고를 진행하였었다. 그래서 크게 문제 될 만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나에게 전달되어온 우편물에는 내가 근무한 곳에서 신고를 안한 거였는지, 늦은 거였는지,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근무한 곳의 소득이 아예 신고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로 인해 환급되는 금액도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인 것을 확인하고 나니, 지금까지처럼 그냥 검색만 해서 신고하고 끝내버리는 우편물에 나와있는 금액대로 진행하는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종합소득세를 담당하는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국세청 콜센터라고 명시되어있는 그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친절한 상담원이 연결되었고 우편물에 나와있는 금액이 나의 소득과 다르다고 이야기하자, 그대로 진행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편물에 나와있는 담당 번호로 통화할 것을 요청하셨다. 상담원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듯했다. 상담원에게 연결되기까지도 나의 시간이 상당 부분 사용되었는데, 또다시 전화통화를 위해 몇 번의 통화 시도를 해야 한다는데 약간의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나의 문제 해결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약간의 짜증을 가라앉히며 다시 명시되어있는 곳으로 전화연결을 시도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연달아 몇 번의 전화를 하기도 해보고 조금 시간을 두고 전화연결을 시도해보았지만, 전화 연결은 계속해서 실패했다. 신호는 가지만 통화량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쪽에서 거부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반응이 계속해서 돌아왔다. 


 이대론 해결이 안 될 거라는 생각에, 우편물에 나의 세무 담당자라고 명시되어있는 전화번호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검색을 통해 전화번호를 얻어냈고, 전화를 걸었다. 참고로 나의 주소는 우편물이 나에게 전달되기 전, 서울로 되어있었고, 그 때문인지 나의 담당 세무서도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니라 서울시 금천구로 명시되어있었다. 서울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그래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전화 연결이 어렵진 않았다. 문제는 전화를 받았던 분이 말씀하시길,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상담원과 통화한 내용과 똑같은 앵무새 같은 답변이었다. 화가 났다. 거의 두세 시간은 걸려서 전화를 시도하였으나, 결국 통화하지 못하는데도 화가 났고,  어렵게 연결된 지역의 직원마저 친절하지 못하게 앵무새 같은 답변을 하는데 진절머리가 났다. 


 저녁을 먹으며 언니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였다. 세무서 직원과 통화하며 불쾌함을 느꼈고, 불친절함에 나의 감정이 너덜너덜해졌으니, 나의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들은 언니가 "너 요즘 왜 이렇게 불친절한 사람을 많이 만나니? 너의 기분이 그런 거라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고?"라고 말했다. 그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느낀 불친절이 정말 불친절이었는지, 아니면 나의 짜증과 기분 나쁨속에 느끼는 불친절함인지 생각해볼 문제라는 언니의 정확한 지적에 전화통화를 시도하며, 처음부터 이미 짜증이 나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분명 상담원은 친절했다. 해결해줄 수 없다는 답변에 나는 짜증이 났고, 그 후 연결되지 않는 여러 번의 전화통화 시도에 짜증이 더 해졌다. 마지막에 어렵게 통화되었던 그분은 친절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불친절은 아니었던, 평소와 똑같은 말투로 안내를 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분의 불친절함은 순전히 나의 짜증에서 처음부터 곱게 전화통화를 할 생각 없었던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니, 오늘 내가 저지른 일은 흔히 말하는 진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진상은 자신이 진상인 것을 모르고 행동한다고 하던데, 언니의 지적이 아니었더라면 나 또한 내가 안되는걸 되게 하라며 생떼를 부리는 진상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직원의 불친절함에 불만을 토로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워졌다. 나의 일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만 보느라,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결과만 보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 생각하니 창피했다. 항상 나 자신을 그래도 어딜 가더라도 진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다른 이를 배려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사실은 하나도 배려하지 못했던 나의 행동을 반성하게 되었다. 친절함 불친절함은 나의 기분에 의해 느낄 수 있는 정말 주관적인 느낌 일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쉬운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앞으론 누군가 나에게 불친절하다고 느껴진다면, 정말 불친절한 행동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내 기분이 나빠서 보통의 행동에도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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