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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낭토끼 Oct 20. 2022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글쓰기의 두려움

요즘 나는 글쓰기가 무서워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는 쓰지만 , 작가의 서랍에 넣어두기만 할 뿐 발행을 못하고 있다. 


 나는 글을 전문적으로 써본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조차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쓰기가 재밌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나의 일상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좋았다. 처음 블로그에 나의 일상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하였을 때, 댓글의 다수를 차지하는 내용이 재밌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나의 연재하는 글만 보려고 들어오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나의 일상 이야기는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사실 처음 브런치를 신청할 때도 나는 나의 일상 이야기를 적고 싶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브런치에서 거절당했다.  


 거절당했을 당시의 충격으로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 지인이 말하길, 네가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내가 쓰고 싶은 분야의 글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것이다. 한 번에 대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마음과 다르게, 나는 내가 쓰고 싶은 분야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수필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소설은 더더욱 아니었다. 나는 단순히 누군가 나의 글을 읽으면서 잠깐이나마 즐거웠던 기억이나, 재밌었던 일을 함께 떠올리며 미소라도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게 전부였다. 


 글쓰기의 기본은 그래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있다고 했다. 나는 어쩌면 기본도 없는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과연 내가 글쓰기를 계속해도 좋은가를 끝없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 내가 블로그에서는 일상 글을 편하게 적는다고 하더라도, 브런치에서는 보기 좋게 거절당한 후라 그런지 일상 글을 적는 것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다. 또 적는다고 하더라도 일상 이야기와 다르게 "ㅋㅋㅋ"라든가 "ㅎㅎㅎ" 같은 웃음 포인트를 적을 수가 없었다. 웃음 포인트가 없는 나의 글은 더더욱 재미가 없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다시 읽어보아도 재미가 없었다. 블로그에서 사용하던 말투 그대로 일상 이야기를 풀어가자니, 브런치에서 작가들에게 요구하는 것 같은 목적성이 보이지 않았다. 수필도 아닌 것이 소설도 아닌 것이 일기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나의 불분명한 글들에, 나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말았다. 과연 이대로 브런치를 유지해도 괜찮은 것인지, 과연 내가 글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자세가 되어있는 것인지, 내가 쓰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점점 생각만 많아지다 보니, 작가의 서랍에 저장된 글은 많아지는데 발행하는 글들은 가뭄에 콩이 나듯 줄어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할 때는 일단 써 보자 하는 생각으로 도전부터 해보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도전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것은 지나가는 나의 슬럼프 같은 것이기를, 이 또 한 지나고 나면 언제 글쓰기가 그렇게 어려웠냐는 듯 지금까지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읽는 사람들이 공감해서 잠깐이라도 멈춰서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글을 다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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