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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조용한 승리를 위한 ‘무지명 무용공’ 전략

무지명 무용공 (無智名 無勇功)

by 최송목

최근 여러 분석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과 케이데헌에 참여한 한국 배우들과 제작진이 얻은 수익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대부분의 이익은 넷플릭스로 돌아갔다고 한다. 오징어 게임의 경우 머천다이징, 2차 저작물, 판권 사업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부가가치의 대부분이 해외로 넘어갔다. 케이데헌 역시 한국의 K-팝과 문화를 적극 차용했음에도 핵심 권리와 수익은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름은 K-팝이지만, 제작 주체와 IP 소유권은 한국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언뜻 실망과 불합리를 느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직접적인 수익과는 별개로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과 인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넷플릭스 서비스 전 세계에서 1위를 기록한 최초의 작품이 되었으며, 종합 순위(Overall)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케이데헌은 넷플릭스 영화 부문 역대 최다 조회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흥행을 입증했다. 첫 91일 동안 3억 2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OST의 대표곡 “Golde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Hot 100’에서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사운드트랙 앨범 또한 빌보드 200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K-팝 기반 OST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기록은 K-콘텐츠가 음악과 영상 두 분야에서 동시에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성과는 드라마와 영화뿐 아니라 음식, 라면, 음악 등 K-컬처 전반으로 큰 파급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외부 평가와 흥행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실력이 자연스럽게 입증되었고, 전 세계 관객에게 K-콘텐츠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시에 제작사들의 자생력 부족과 IP 소유권의 해외 집중이라는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났다.

드로잉 = 최송목

이 지점에서 주목할 것은 손자가 강조한 “무지명, 무용공(無智名, 無勇功)” 전략이다. 단순히 지혜와 용맹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넘어, 당장은 수익 구조에서 완전한 독식이 어렵더라도, 핵심 자산인 K-콘텐츠를 조용히 다지고, 영향력을 점차 확장해 나가는 전략이다.


물론 K-콘텐츠를 ‘우리의 돈과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 수익까지 온전히 가져오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의 글로벌 시장은 자본과 기술, 유통망, 플랫폼이 촘촘히 얽혀 있어, 어느 한 나라나 기업이 모든 권리를 독점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한우 농장에서 소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도축·가공·유통·조리·식당 운영까지 전 과정을 모두 겸할 수는 없지 않은가.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일부 권리와 수익을 외부에 맡기더라도, 전체적으로는 K-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이나 해외 자본과 손잡을 때 훨씬 더 폭넓은 시너지와 시장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관건은 권리와 수익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관리하며 협력하느냐다. 외부와 손잡아 파이를 키우는 유연함,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은 ‘원샷원킬’의 완전한 독식보다는, 협력을 통해 더 큰 시장을 내다보는 통찰이 요구되는 시기다.

진정한 승리는 요란한 함성에서 오지 않는다. 오리지널리티를 조용히 축적해 가는 콘텐츠의 밀도에서 비롯된다. 이것이야말로 손자가 말한 ‘무지명(無智名) 무용공(無智功)’의 겸손하지만 강력한 승리의 전략이다.


https://m.skyedaily.com/news_view.html?ID=287846


<참고, 발췌, 인용>

1. 지승훈기자, 매일경제, 식지 않는 ‘케데헌’ 광풍…OST 8곡, 3달째 ‘핫 100’ 동시 차트인

2. 최주성기자, 연합뉴스, 케데헌 '골든', 美 빌보드 '핫 100' 7주 정상…'톱 5'에 3곡

3. 김수영기자, 한경, 드디어 '케데헌'이 해냈다…'오겜' 제치더니 또 놀라운 신기록

4. 박경일기자, 문화일보, ‘케데헌·웹툰’이 현실처럼… 긴 연휴, 테마파크로 가자

5. 강내영교수, [세상읽기] ‘케데헌’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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