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가 바꾼 이미지 시장,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경제 칼럼

by 최송목

생성형 AI의 등장이 이미지 시장(Stock Images Market)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몇 가지 명령어만 입력하면 단 몇 초 만에 색상, 배경, 질감, 구도, 심지어 제품이 놓인 환경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과거 그래픽 디자이너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이미지 창작이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능력이 된 것이다.

AI이미지=통로

하지만 그만큼 시장의 질서는 흔들리고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변형 이미지는 외형상 완전히 다른 결과물처럼 보이기 때문에 기존의 저작권 단속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쉽지 않다. 실질적 유사성을 근거로 한 저작권 침해나 삭제 요청은 어려워지고, 한 장의 사진이 수십 가지 변형 형태로 동시에 유통되는 상황이 일상이 되었다.


제도적 보완이 미뤄진다면, 이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AI로 생성된 변형 이미지가 넘쳐나면서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창작의 범위와 ‘누구의 소유인가’, ‘무엇이 원본인가’라는 기준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진정성(authenticity)에 대한 이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다. 콘텐츠의 출처, 제작 과정, 변경 이력 등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곧 산업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시장 전망 또한 이러한 불확실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Grand View Research는 2023년 AI 이미지 생성 시장을 약 3억 5천만 달러로 추산한 반면, MarkNtel Advisors는 2024년 이미 약 91억 달러 규모로 평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약 25배의 차이가 나지만, 이는 측정 범위와 시장 정의의 차이 때문이다. Grand View Research는 이미지 생성 기술 자체만을 대상으로 한 ‘협의’의 시장 기준인 반면, MarkNtel Advisors는 이미지·영상·디자인·광고 자동화 등 시각 콘텐츠 전반을 포함한 ‘광의’의 시장을 집계했다.


비록 수치상의 차이는 크지만, 두 기관 모두 AI 이미지 산업이 단순한 기술 영역을 넘어 전체 콘텐츠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인프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처럼 AI가 쏟아내는 이미지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Adobe, Shutterstock, Canva, Getty Images 등 주요 플랫폼들은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하면서, 콘텐츠의 출처와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표준 기술, C2PA를 적용하거나 워터마크를 병행하고 있다. C2PA(Coalition for Content Provenance and Authenticity)는 디지털 콘텐츠의 ‘신분증’ 혹은 ‘여권’과 같은 것으로 누가, 언제, 어떤 도구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변경 과정을 거쳤는지 등의 정보를 담은 콘텐츠 자격 증명서(Content Credentials)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생성형 AI는 광고·패션·전자상거래·엔터테인먼트 등 비주얼 산업 전반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AI로 수십 가지 광고 이미지를 빠르게 제작한 뒤, 고객 반응을 비교하는 A/B 테스트를 통해 가장 높은 성과를 보이는 이미지를 실제 캠페인에 적용한다. 패션 브랜드 Zara나 e커머스 플랫폼 Shopify는 AI가 만든 제품 이미지를 활용해 판매 반응을 실험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영화 포스터와 게임 콘셉트 아트 제작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단순히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시장 반응을 실험하고 효율을 최적화하며, 신뢰와 진위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AI로 이미지가 쉽고 빠르게 쏟아지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상표권·저작권·진위 검증이라는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량이 아니라,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마치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기처럼,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출처와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적 관리 능력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이미지 산업의 중심은 단순 유통을 넘어, 신뢰와 관리에 기반한 가치 유통으로 이동할 것이다. 출처 인증, 워터마크, 데이터 기반 최적화를 활용해 라이선스·구독·검증 서비스 같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AI 시대 이미지 산업에서 승부를 가르는 핵심은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다.

http://www.dailycnc.com/news/articleView.html?idxno=239897


<참고>

1. Stock Photography Market Size & Share Analysis - Growth Trends & Forecasts (2025 - 2030) Source: https://www.mordorintelligence.com/industry-reports/stock-photography-market?utm_source=chatgpt.com

2. Stock Images and Videos Market Size & Outlook, 2024-2032, https://straitsresearch.com/report/stock-images-and-videos-market?utm_source=chatgpt.com

3 AI Image Generator Market (2024 - 2030), https://www.grandviewresearch.com/industry-analysis/artificial-intelligence-ai-image-generator-market-report

4. Stock Images Market Analysis, Size, and Forecast 2025-2029, https://www.technavio.com/report/stock-images-market-industry-analysis?utm_source=chatgpt.com

5. Building Trust in the Age of AI_Getty Images, https://www.gettyimages.com/visualgps/creative-trends/technology/building-trust-in-the-age-of-ai?utm_source=chatgpt.com

6. 한국언론진흥재단, KPF미디어브리프, 2025년4호, '그럴 듯한 가짜' 속 '진짜'를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표준 'C2PA'

7. 김형준변리사, 머니투데이, 「AI 이미지 난립 시대, 상표권의 가치」, https://www.mt.co.kr/future/2025/10/19/202510021509476946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살짝 변화, 완전 변화, 그리고 업의 확장과 재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