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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교지’로 보는 칭찬의 두 얼굴

비이교지 (卑而驕之)

by 최송목

칭찬은 단순한 말의 기술이 아니다. 때로는 사람과 조직을 세우고, 때로는 무너뜨리는 힘을 지닌다. 손자병법의 ‘비이교지(卑而驕之)’에서 배우는 전략적 칭찬과 오늘날 사회의 사례는 칭찬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오찬장에는 ‘Peace lily’가 놓이고, 디저트 접시에는 “PEAC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평화에 대한 노력을 높이 평가했고,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하며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군악대는 트럼프의 유세곡인 ‘YMCA’를 연주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예우와 친절이지만, 그 속에는 정치적 심리전이 숨어 있었다. 칭찬은 관계의 기술이자, 전략의 언어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원한다. 칭찬은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고, 마음을 열게 하며,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가 구성원의 성과를 진심으로 인정하면 구성원은 더 큰 동기와 헌신으로 응답한다. 진심 어린 칭찬은 사람을 세우고 조직의 에너지를 북돋운다. 동시에,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조직 전체의 결속력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칭찬은 언제나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진심이 빠진 칭찬은 아첨이 되고, 과한 칭찬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권력자에게는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조직에서는 아부 문화를 조장하며, 인간관계에서는 관계의 진정성을 훼손한다. 상대를 위한 듯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한 칭찬은 결국 신뢰를 약화시킨다.


손자는 이미 2,500년 전에 이런 심리를 간파했다. 「모공편」의 ‘비이교지(卑而驕之)’, 즉 “스스로 낮추어 상대를 교만하게 하라”는 말은 단순한 겸양이 아니라 전략이다. 적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자만하게 만들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심리전이다. 이 원리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진심 없는 칭찬은 상대를 속이는 것이며, 자신을 가볍게 만든다.


미국의 동기부여 전문가 지그 지글러는 “진심이면 칭찬은 효과적이다. 진심이 아니면 조작이다.”라고 말했다. 진정성이 담긴 칭찬은 관계를 강화하지만, 계산된 칭찬은 조작으로 비칠 수 있다. 신뢰는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고,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가 사람의 품격과 조직의 문화를 결정한다.


형식적인 칭찬은 냉소를 낳고,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칭찬은 사람을 움직인다. 진정한 리더십은 칭찬에서도 드러난다. 좋은 리더는 칭찬을 관리하지 않는다. 대신 진심으로 표현한다. “그 프로젝트의 세부 조정이 아주 탁월했어요.”처럼 맥락이 담긴 인정이나 칭찬은 구성원의 자존감을 세우고, 자발적 몰입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칭찬이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경우, 서로를 북돋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칭찬은 기술이 아닌 존중의 표현이며, 관계를 굳건하게 만드는 신뢰의 언어다. 과하면 허영, 인색하면 냉소를 낳는다. 핵심은 ‘적정한 진심’이다. 상대를 진정으로 세우려는 칭찬, 그 안의 존중이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칭찬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칭찬은 상대를 세우려는 것인가, 아니면 나를 드러내려는 것인?"


진심이 담긴 칭찬 한마디가 사람을 바꾸고, 조직을 단단하게 한다. 칭찬은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가장 따뜻한 도구지만, 잘못 쓰이면 마음을 얼리는 차가운 힘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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