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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솔 Jan 31. 2024

원댕이마을을 '사는' 이들

’광역시’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대전 지역의 한 ‘변두리’에는 ‘원댕이마을’이라는 목씨 집성촌이 있다.


그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유성구 대정동으로 분류되지만, 동네에 오랫동안 사는 이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원댕이마을이라 부른다. 


원댕이마을에서는 목 씨 성을 가진 이들이 대대손손 땅을 물려주며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여전히 그 땅에서 먹을거리를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땅에 얼마 전 대규모 도로개발을 하겠다는 도시계획이 들어섰다. 그 땅의 소유주인 목씨 종친회에게는 보상금이 생겼고, 그 보상금의 분배 기준 중 하나는 ‘여성은 남성이 받는 보상금 절반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속상하지만 말을 삼킨 여성들이 대다수였으나, 이에 ‘성차별’이라고 목소리내는 목씨 성을 가진 여성이 있었다.


그는 내 친구이자, 나와 함께 원댕이마을에서 텃밭을 일구는 ‘모농숲’ 주민 모카다.


3년 전 시작한 ‘모농숲’은 현재 에코페미니즘 커뮤니티 <피스어스>의 주요 활동으로 자리잡아 있다. 또 내가 서투르게게으르게나마 땅을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모농숲’이라는 공동체의 이름을 지은 우리는 같은 동네에 거주하진 않지만 서로를 ‘주민’이라 호명한다.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모이며, 각박한 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살아남느라(와 같은 핑계로) 텃밭을 방치하며 때로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원댕이마을 터줏대감 금예 할머니와 길순 언니의 꾸지람을 들으며, 그러나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원댕이마을을 오간다.


원댕이마을에 봄이 오면 쑥을 뜯어 쑥버무리를 해먹고, 여름이 되면 감자를 캐고, 비닐을 덮지 않은 땅에서 어마어마하게 자라나는 풀에게 압도당하며 결국 이웃삼촌에게 경운기라는 s.o.s를 요청하고, 새롭게 갈무리한 밭에서 배추와 무를 심으면서. 겨울에는 비건김치를 담그면서.


‘모농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공동체는 온라인 게임 ‘모동숲’처럼 가상이나 허구가 아니다. 우리는 원댕이마을이라는 땅에 터를 잡고, 밭을 돌보며 때로 채식요리를 해먹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댕이마을 땅에게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는 없지만, 원댕이마을 한가운데 들어서는 커다란 도로가 못내 미운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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