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tal HR / 사파 감성 HR 구아바
삼성물산 건설부문 건축직 신입사원으로 2007년 입사하여 건축 엔지니어로 성장할 것으로 생각한 구아바가 HRer의 길로 들어선 지 이제 16년째(사회생활 총 18년)에 접어듭니다.
2010년 말 빌딩사업부 인사팀에서 채용업무를 시작하여, 2017년 외국계 회사 인사팀장으로 8년간 근무를 하고 올해 4월 퇴사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HR 컨설턴트 및 여러 가지 HR관련 일들을 하면서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열어보려고 고군분투 중입니다.
브런치에 처음으로 쓸 글은 LinkedIn에서 올해 1월부터 썼던 Guava HR 입문기의 내용을 다듬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30세(만 29세)부터 시작한 이 여정이 어느새 40대 초반까지 이어졌네요.
HR이라는 길을 걸으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제 커리어에 터닝포인트가 된 특별한 이야기 하나를 꺼내볼까 합니다.
HR 관련해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의지하는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나보다 어리지만 존경하는 친구죠. 바로 크룩(Klook)의 최현명(David Choi) HRBP Director입니다.
Hyunmyung(David) Choi, Director, HRBP at Klook
지인이라서 편파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만난 HRer 중에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면서 한국 회사와 외국계 회사 HR을 모두 깊이 이해하는 사람은 유일하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Staff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문화적 차이를 넘나들며 섬세하게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감탄하게 되죠. 더불어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 HR의 Know-How는 단연코 이 친구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본사와 현지 법인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잡는 그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2015년 봄,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건축과 출신으로 HR 업무를 잠시 맡게 되었지만, 이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 다른 동기들, 선배들, 후배들은 현장에서 건축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있는데 나만 도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깊었죠.
이미 두바이 모라토리엄으로 인해 2009년 두바이 현장 발령이 좌절되고, 서산 플랜트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를 하고 복귀를 했는데 3개월 만에 (2010년 말) 여의도 Y22 현장(현재 파크원) 공사가 중단되면서 또다시 건축 직무가 아닌 본사 사업부 인사의 채용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3년 정도만 하다가 다시 건축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어느새 5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고, 동기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는데 저만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커져갔습니다. 그때 이 친구가 우리 조직에 오게 되었고, 운명처럼 우리는 함께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선제적 채용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파견 보낸 인사팀장님(이기환 전무님, 당시 팀장님)의 결정은 정말 파격적이었습니다. 대리인 저와 주임인 현명이를 보낸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난리가 났죠. "저 둘은 직급과 경험이 적다", "높은 직급, 적어도 과차장급으로 보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팀장님의 말씀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words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야, 직급이 뭐가 중요하냐? 해외 채용하면 누가 떠올라? 김구화, 최현명 아니야? 여기서 해외 채용 저 둘보다 잘하는 사람 누가 있어? 데려와봐?"
그 믿음이 우리에겐 너무나 고마웠고, 책임감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했고,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고, 서로를 신뢰하는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습니다.
2015년 여름,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의 어느 시장. 무더위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과일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때 현명이가 망고 가게 앞에서 멈춰 섰죠.
"형, 그동안 많이 얻어먹었으니 망고는 제가 살게요."
그 말을 하며 환하게 웃던 현명이의 뒷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작은 행동이었지만, 그 순간 느낀 따뜻함과 동료애는 지금까지도 제 가슴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저는 두 가지를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스페셜티를 가지고 있는가? 2015년 당시 '해외 채용 = 김구화'라는 등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김구화'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전문 분야가 있을까요? HR 경력이 16년이 되어가는 지금, 저만의 독특한 강점을 갖추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굳건한 신뢰를 보여준 적이 있는가? 인사팀장으로 8년간 일을 했지만, 과연 나는 그때의 팀장님처럼 누군가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기회를 준 적이 있었을까요? 아직은 퇴사한 누군가가 그리워하고 존경하는 인사팀장은 아니었던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런 고민들이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를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문하고 발전해 나가야겠죠.
이 에피소드도 벌써 몇 년이 지났네요. 2~3년 전 삼성 OB YB들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전 사업부 인사팀장님(이기환 전무님, 당시 팀장님)을 만났는데, 우리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네들 아직도 같이 다니냐? 세트네 세트. 내가 얘네들 엮어줬어. 기억나냐? 너네들 나 아니었으면 서로 모르는 사람이야."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새삼 인연의 신비로움을 느꼈습니다. 우연히 만난 인연이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져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니 말이죠.
HR이라는 길을 걸으면서, 저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사람'이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그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유대감이죠.
언젠가는 저도 누군가에게 그때의 팀장님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HRer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왔습니다.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기회를 주는 그런 리더 말이죠. 그런데 잠시 멈춰있는 지금 나를 돌이켜보면 그런 인사팀장이었는지? 많이 부끄럽습니다.
여러분의 career에도 이런 특별한 순간들이 있었나요?
여러분을 성장시킨 인연, 잊지 못할 경험들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부터 구아바 주임, 구아바 대리, 구아바 과장 시절의 좌충우돌했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몰랐던 시절의 구아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LinkedIn에 썼던 내용을 다시 돌아보고 다시 고민해서 브런치에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