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아바 Nov 23. 2024

Guava HR 입문기 8

예상치 못한 전문성의 시작

서당개 3년의 시작


2010년 말부터 2014년 러시아 출장까지, 저는 건설회사의 HR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잠시 맡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저는 서당개처럼 HR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죠.


제 이력을 간단히 되짚어보면:   

2007.8 ~ 2008.1: 신입사원 교육 (6개월)

2008.1 ~ 2009.8: 국내현장 기사, 건축시공 (1년 반)

2009.9 ~ 2010.7: 서산 독곶리 LPG 탱크현장 안전관리 (1년)

2010.8 ~ 2010.11: Y22 여의도 파크원 현장 건축시공 (3개월)

건축시공 2년, 안전관리 1년이 전부였던 저였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말처럼 어느새 HR의 언어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HR 전문성의 시작


2010년 말부터 3년 이상을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전략회의 준비 (2 ~ 3 page 정도 아주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SCU(Samsung Construction University) TF 참관

해외/국내현장 부임 전 대기자들과의 술자리

본사 각 팀들과의 회의와 교류

다양한 행사와 리포트 작성


이런 경험들이 마치 팟캐스트처럼 제 귀에 끊임없이 들어왔고, 덕분에 얇지만 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이 제게는 귀중한 학습의 시간이었습니다.



SCU를 통한 직무 이해


2011년에 론칭한 SCU(Samsung Construction University)는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직원들이 자신의 Career(대학교 전공)에 맞춰 Learning Map을 보고 전문역량 개발을 위한 IDP(개인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는 혁신적인 교육체계였습니다.


크게 8개의 직무그룹으로 나뉘었는데:

사업부별 4개 직무그룹:   

설계

견적

사업관리

시공

전사공통 4개 직무그룹:   

영업개발

연구개발

품질안전

경영지원

Building 사업부의 세부 과정들은 더욱 전문적이었습니다:   

설계 ENG

기본설계, 상세설계, 구조, BIM

견적

국내견적, 해외견적

M&E견적(설비/전기)

사업관리

공무, M&E 공무

PM & CM(건설사업관리) PMBOK

Risk Management

계약/클레임 과정

건설회계

해외현장계약관리(FIDIC, Delay Analysis, Arbitration)

공정관리 & Primavera 6

시공

가설, 철근콘크리트 공사

각종 공종별 전문과정

초고층

리소스(계획/설계, Logistic, 장비계획)

사업리스크(공정 작성/모니터링, 품질/안전관리)

주요 기술(구조, 공법, 고강도 콘크리트, 커튼월, 진동제어)

M&E 기술(소방, 전기, 운송, 공조)

친환경 기술(에너지 효율화, LEED)

하이테크 및 기타 특수분야


이 체계를 통해 저는 삼성물산의 직무와 필요역량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글로만 배웠지만, 이는 채용업무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장 중심의 HR 시각 형성


해외현장 HR 지원을 준비하면서, 저는 각 현장의 조직도를 분석하고 주요 Key Person의 역량을 연구했습니다. Contract Manager, Lead Scheduler, Logistic Manager 등 각 포지션별 필요역량을 분석했죠.

해외현장 경험이 전무했던 제게는 이런 학습이 꼭 필요했습니다.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현장에서는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파악하려 노력했습니다. 비록 당시 러시아 현장에서는 이 분석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이 경험은 제가 HR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다시 Philip 조


앞 에피소드에서 수도 없이 등장했지만, 그만큼 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인연인 Philip 조 소장님(당시 차장님)이 제게 진정한 현장 HR의 의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건축 엔지니어 출신으로 두바이 부르즈칼리파에서도 근무한 그는, 현장의 실제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였습니다.


그는 기술면접 후 상세한 피드백을 주었고, 제 수천 건의 면접 경험 중 가장 인상적인 Top 10에 들 만큼 뛰어난 멘토였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면접이 끝나면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요약정리까지 해주었습니다.


특히 오피스 보이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제 마음에 깊이 남아있습니다:

"구화야, 해외현장이 그렇게 이상적으로 굴러가지 않아. 내가 일하던 현장의 오피스 보이는 정수기 옆 의자에서 커피만 탔어. 걔 하는 일은 커피 타고, 도면 전달하고 그게 전부야. 자리도 없이 앉아있는데 안쓰러워서 몇 번 내가 직접 커피를 타먹고, 다른 한국 직원에게 직접 도면을 건네주었더니 따로 찾아와서 화를 냈어. 'Philip 조, 자꾸 그러면 내 일자리 사라진다고.' 원리원칙도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봐야 해."


이 가르침은 제게 HR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효율과 성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HR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


Philip 조는 해외현장의 로컬 직원들과도 깊은 신뢰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싱가포르 출장 때 우연히 만난 방글라데시 출신 직원이 "보스!!!"라고 외치며 달려왔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이미 퇴사한 직원이었음에도 Philip 조는 바쁜 출장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어 그 직원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저는 HR이 단순히 인력 관리가 아닌, 진정한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Philip 조는 업무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제게 큰 영향을 준 멘토였습니다.

To Be Continue......


- Total HR / 사파 감성 HR 구아바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