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일기
1. 이번 헤어짐을 통해 결국은 남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아껴주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마냥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낯선 땅에서 맺은 첫 인연, 나를 더 알아갈 수 있게 해 준 그에게 감사하다.
2. 일도 없고 약속도 없었던 오늘 의사 선생님과 약속한 대로 햇볕을 보며 많이 걸었다. 차가 없다고 한탄만 했는데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많이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늘 사진을 10장은 찍은 것 같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씨가 그림같이 좋았다.
3. 자주 집을 비우며 나쁜 엄마라고 자책을 많이 했다. 야리는 한결같이 아침에 내 위에서 얼굴을 핥고 메리는 나를 완전히 엄마로 인정한 듯 나에게 자주 관심을 요구한다. 이번주 월요일에 중성화 수술을 했다. 미국 병원은 방법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메리는 집에 오자마자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밥도 맛있게 먹고 조금 덩치도 커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아팠을 텐데 금세 회복해 창밖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메리, 동생에게 먹을 것도 양보하며 항상 내 곁을 지키는 야리에게 감사하다.
4. 미국에 살면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누구나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새 시작을 할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5. 마지막으로, 헬스장도 등록하고 여러 일들을 해내고 마침내 조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