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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멩리 Apr 06. 2024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요일을 보내며

감사일기

1. 이번 헤어짐을 통해 결국은 남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진정으로 생각하고 아껴주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마냥 나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낯선 땅에서 맺은 첫 인연, 나를 더 알아갈 수 있게 해 준 그에게 감사하다.


캘리포니아에 살아서 감사하다.


2. 일도 없고 약속도 없었던 오늘 의사 선생님과 약속한 대로 햇볕을 보며 많이 걸었다. 차가 없다고 한탄만 했는데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많이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늘 사진을 10장은 찍은 것 같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씨가 그림같이 좋았다. 



창밖을 그렇게도 좋아하는 우리 야리, 메리


3. 자주 집을 비우며 나쁜 엄마라고 자책을 많이 했다. 야리는 한결같이 아침에 내 위에서 얼굴을 핥고 메리는 나를 완전히 엄마로 인정한 듯 나에게 자주 관심을 요구한다. 이번주 월요일에 중성화 수술을 했다. 미국 병원은 방법이 다른지 모르겠지만 메리는 집에 오자마자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밥도 맛있게 먹고 조금 덩치도 커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아팠을 텐데 금세 회복해 창밖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메리, 동생에게 먹을 것도 양보하며 항상 내 곁을 지키는 야리에게 감사하다.


그림같이 예쁜 내 딸


4. 미국에 살면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누구나 나처럼 다른 나라에서 새 시작을 할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금전적인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덜어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3층 냥이를 경계하는 1층 냥이들


5. 마지막으로, 헬스장도 등록하고 여러 일들을 해내고 마침내 조금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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