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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스타코리아 Sep 13. 2021

작은망고의 인턴 적응기 - 02

제안..제안서쓰기

광고회사에서는 제안서라는 걸 써 일을 따낸다. 회사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망고스타에서는 '제안서 작업'이라고 부른다.


광고주가 '과업지시서', '제안요청서' 같은 것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그걸 보고 기한에 맞게 제안서를 써내면 된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이기에 대부분 'SNS 대행 용역', '온라인 서포터즈 운영' 등의 일을 맡게 된다. 다른 일도 가능하다. 회사는 메타버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안서 작업에는 대개 기획자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는 피피티 디자인과 프로토타입 제작 등을 맡는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딱딱 분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투입되는 인원이 3명 이상일 경우 역할을 나눌 수 있지만, 두 명 이하일 경우 그냥 디자인도 하고 내용도 채우게 된다.


광고 공모전을 준비하며 서너 개의 기획서를 써냈지만, 회사를 위해 일을 따내려고 쓰는 것은 책임감의 무게부터가 달랐다. 많으면 10일 정도의 시간 안에 제출해야 했기에, 매일 제안서 작업에 매달리고 가끔은 새벽에도 눈을 감지 못했다. 그렇게 공을 들이고 나면 제안서가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진다. 내가 손을 다쳐가며 하나하나 세공한 보석처럼 너무나 소중해진다. 그렇게 완성한 제안서는 대부분 PT를 거치고, 결과가 발표된다.




이제 나도 4개의 제안서를 써 본 중급자 아닌 중급자지만, 제안서 작업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쓸 때마다 새롭고 어렵다. 그래서 그냥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쏟아붓는다. 그러다 보면 애정이 생기고, 더 열심히 가꾸고 싶어 에너지를 투입하다 보면 지친다. 그렇다. 제안서 작업은 지치는 일이다. 공부에 끝이 없듯이, 제안서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다시 보면 정렬이 거슬리고, 또다시 보면 단어가 마음에 안 든다. 내가 그렇게 조그만 디테일도 크게 느끼는 것은 내가 그것이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도 한 번 더 빗어주고 옷매무새도 다듬어 주고 난 후 '제안서_진짜진짜 최종' 파일로 제출하게 된다.




앞으로도 나는 많은 제안서를 쓰게 될 것이다. 제안서 작업이 항상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시작하게 되면 또 월드 와이드 웹의 모든 자료를 뒤적이면서, 가끔은 세계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메일도 보내면서 정보를 얻고 내 조그마한 씨앗을 가꾸게 된다. 광고회사에 다니면 해박해진다. 내가 광고할 거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나면서 그것과 친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16살부터 광고가 하고 싶었다. 세자가 왕이 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듯, 나도 광고회사에 다닐 내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광고가 내 천직처럼 느껴졌고, 지금 나는 광고회사에 있다. 한 번도 나와 연관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만나는 것이 재밌다. 나는 안전한 내 세계도 좋지만 낯선 것들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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