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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입니다 Nov 20. 2023

독립출판을 시작하고 변한 것들

머리카락 빠지는 것만 빼고 다 좋은 독립출판

나는 독립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이 11월이니까 1월에 맞춰 서점에 입고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독립출판하는 걸 굳이 알려야 하나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근황이야기하다 주변에도 말하게 되었다. -입이 무거운 사람이 되긴 틀렸다.- 독립출판한다고 처음 말했을 때 반응은 “대단하다”였다. 첫 반응이 괜찮아서 다른 사람에게도 말해봤다. 두 번째 말할 때는 더 세세한 질문을 받았다. “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 “독립출판 수업에서 책 주제를 정해주기도 하나?”, “독립출판으로 인세 외에 수익 경로가 있는가?” 다양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면서 나도 나의 그간 원고집필기간을 떠올리고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하니 많은 변화가 있어 기록을 나눈다.


첫 독립출판으로 여행산문을 선택하고 변한 5가지


1. 나의 뇌에만 저장되어 있던 기억이 공유된다.

자신의  경험을 글로 썼을 때, 그리고 그 글을 나눴을 때 경험은 공유된다. 제대로 기억을 나누고 싶은 만큼 단어를 고르고 최대한 기억에서 생생하게 꺼낸다. 미국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미국에 가려는 사람들이 주로 보지 않을까 했는데 다녀오거나 살다 온 사람들이 더 관심을 나타냈다.


2.  북토크를 지나치지 못한다.

예전에나 지금이나 책은 열심히 사모으지만 북토크는 가지 않았다. 북토크라는 게 출판하면 으레 하는 문화인지도 몰랐다. 처음 신청한 북토크는 [작업실 물건들] 북토크와 워크샵으로 나만의 zine 만들기 북토크였다. 그다음 고민한 북토크는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였는데 마감되어서 교보랜선사인회만 보게 됐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북토크에 자주 가는 것 같다.

북토크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어디서 글감을  얻으세요?” 또는 “영감을 얻는 곳이 있으세요?” 그러면 답변은 “특별한 곳은 없어요.”라고 돌아온다. 이 질문들은 가수 인터뷰에서 많이 봤는데 그때도 답변은 비슷하다.

그러면 나는 어디서 영감을 얻나? 영감이랄 게 있었나? 기억을 파고 파면 또 만들게 된 계기 정도는 다 있다. 하지만 작가로 서면 나도 똑같은 답을 할 것 같다. “특별한 곳은 없어요..”


말코작가님 워크샵 현장은 너무 뜨거웠다.


3. 책을 더 사모은다.

원래도 사모았던 책을 글을 쓰다 보니 더 산다. 이제 [인터뷰 글쓰기의 정석]도 사고 북디자인한다고 [디자인레시피]도 샀다. 어떻게 하면 더 글 쓸 시간을 더 만들 수 있을까에서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구입하고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을 아껴야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누워서 아이패드로 영상만 안 봐도 될 텐데- 책을 만들수록 다른 사람 책을 많이 팔아주고 있다. 이제는 책장도 사야 할 판이다.


4. 어디서나 기록할 수 있는 수첩을 샀다.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글로 써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기억이 안나는 일들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스쳐간 좋은 문장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기억의 얄궂음에 몇 번 당하고 나서는 어디서나 들고 다닐만한 수첩을 사게 됐다. 그리고 한 번도 안 들고나갔다.


5.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세상에는 하루키형 작가와 코엘로식 작가가 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늦은 오후에나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절대 앉자마자 글은 안 나온다고 했다. 나는 내가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는데 베스트셀러 작가도 저런다니 나는 더할 거 아닌가. 나는 너무 일찍 하루키의 집필 스타일을 알게 된 걸까. 하루에 4시간씩 꼬박 글을 쓰고 글을 쓰려고 운동도 매일 하는 사람을 찾는 건 주변에서 스테디셀러 작가 찾는 것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루키가 괜히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그밖에는 허리베개를 사게 되고 하루 종일 앉아있어서 토닝볼로 매일 마사지를 하게 된다. 그리고 소화불량으로 고생하기 싫어서 야채를 챙겨 먹게 된다. 하지만 글 쓰다가 정신이 멍해져 쿠키와 케이크를 자주 먹게 된다.

잃은 듯 얻어가는 글쓰기가 가장 좋은 이유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억을 잃기 싫은 본성을 거스르기 위해선 쓰게 된다. 그냥 흐르는 대로 두면 편하게 살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붙잡고 기록한다. 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결국 적는 사람이 된다.


혼자서 우동도 시키고 모밀정식도 시켜도 안 배부른 사람이 되려면 글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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