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교육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습관 형성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지각하지 않기와 숙제 잘하기를 강조하고, 매일 문제집을 꾸준히 풀려왔다.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은 예외를 허용해주지만, 기본적으로 그날의 공부를 한 후에 놀게 했다. 덕분에 아이는 매일 혼자 하는 공부를 당연하게 여기고, 생활태도가 바르다는 선생님들의 칭찬도 받는 편이다. 반면에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간섭이 심하다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큰 애는 12살이 되고부터 부쩍 나의 간섭에 반항이 심해지고 짜증이 늘었다. 이제는 나의 간섭을 줄이고, 아이를 믿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나의 관리가 시행착오를 통해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찾는 기회를 뺏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다.
"오늘부터 엄마는 공부에 대해서만은 간섭을 안 할게. 네가 전날 밤에 계획을 짜고 알아서 공부해. 대신 밤 9시 반에 네가 계획을 어느 정도 실행했는지는 확인할게. 영어학원 숙제도 마찬가지야. 학원 가기 한 시간 전에만 확인할게. 네가 알아서 잘하리라 믿어. 대신 평일에 미룬 것은 주말에 해야 하겠지? 이제 일과 중에는 공부해라 문제집 풀었냐 숙제했냐 안 물어보고 안 시킬게."
"좋아."
"다른 건 몰라도 학교 숙제, 학원 숙제는 반드시 해야 해."
"알겠어."
오늘은 문제집에 월요일과 수요일 영어 숙제 밀린 거까지 해야 해서 공부할 양이 꽤 많았다. 그러나 첫째는 낮에 동생과 한 시간 반을 놀았다. '너 오늘 할 게 많은데 일부라도 낮에 해야 편하지 않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아이는 저녁에는 나와 외출을 했다. 밤에는 식사 후에 또 동생과 잠시 놀았다.
"엄마, 8시 30분 되면 알려줘. 그때 공부할 거야."
"응, 알았어."
'늦었는데 빨리 하지 그러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응'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8시 반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밀린 숙제가 많았던지라 10시가 넘어서야 공부가 끝났다. '거봐라 늦게 시작하니까 늦게 끝나잖아. 영어 숙제는 그날그날 해야지 밀리니까 얼마나 많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너무 늦었네. 그래도 짜증 안 내고 끝까지 해냈네. 하이파이브~!"
아이와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이는 내가 오늘 참을 인자를 몇 번이나 마음에 새긴 지 아려나. 아이보다도 내게 노력이 필요한 시기일 듯하다. 아이가 스스로 잘 해내리란 믿음, 지금 당장 서툴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믿음을 갖고, 입까지 올라와 간질간질 뚫고 나오려는 잔소리를 참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