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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05. 2024

컨설팅 7년 후 받은 편지

컨설팅한지 7년이 지나 편지를 받았다. 손편지를 써서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내왔다.

실은 갑자기 그때의 생각이 나서 블로그에 글을 정리하고, 어머님께 링크를 전달한 후 일어난 일이었다.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493892134

...

엄마의 연락을 받고 선생님 블로그 글 읽었습니다. 너무 어릴 때라 제가 선생님께 얼마나 귀중한 마음을 받았는지도 몰랐었던 듯 싶습니다. 지금 와서야 그때 선생님의 손길과 마음이 얼마나 따뜻하고 귀중한 것이었는지 더 알게 됩니다.

...

저에게 소중했던 기억이 선생님께도 치유의 시간이었음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표현하셨듯이 제게 선생님은 마중물 같은 존재셨습니다. 선생님이 부어주신 지적 호기심에 대한 충족, 현실과 이상에서의 괴리감의 극복, 자신에게 가진 기대와의 타협 등, 덕분에 당시 몹시 혼란스러웠던 저를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당시를 회상하신 글을 보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매사에 심각하던 고등학생의 제가 카페에서 소년 같은 함박웃음을 지으시던 선생님과 보낸 시간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포근하고 따듯한 미소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첨부하신, 제 어머니의 편지도 저는 몇 년이 흘러서야 처음 봤네요. 읽으며 눈물이 났습니다. 혼란스러워하는 자녀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생각하는 어머니의 슬픔과 그런 제 어머니를 도와주신 선생님께 또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복합적인 감정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 당시 저희 어머니를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지금의 저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7년이 지난 지금 저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사랑이 가득하고 긍정적이고, 스스로를 잘 아는 20대가 되었습니다. 적성에 잘 맞는 학과에 진학해, 저의 이익만을 도모하지 않고 사회의 낮은 곳에 관심을 가지고 환원하고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타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을 줄 알며, 제 자신도 따스히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졸업을 해서 한의사가 됩니다. 이제는 다가올 미래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기대를 가지고, 큰 어려움에 잠시 멈추더라도 주저앉지는 않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 길에 한 걸음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등학생 때의 제가 주저앉지 않을 수 있게 제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더 선하고 바른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잘 지내셨는지, 7년간 어떻게 사셨는지 궁금하네요. 시간이 될 때 만나 뵙고 싶습니다.

자주 연락드리지 못하지만 항상 감사한 마음이 제 맘속 한 공간에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선생님의 길에도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하겠습니다.

 

 

편지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너무도 예쁘고 아름답게 진짜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 너무 감사했고, 기억 속의 그 학생을 다시 마주하여 그때의 느낌과 그 순간의 의미를 세월의 흐름으로 오히려 더 검증받은 생각이 들어서...

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가... 

학생 스스로 잘 극복했을 뿐인데 잠시 그 순간을 함께해 주었다는 이유로 변함없이 감사의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는 감격스러움이...

교사는 대개 열매를 맺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서도 교육의 힘을 믿고, 만남의 진정성을 믿으며 학생들을 만나고 또 떠나보내는데, 이렇게 그 열매를 확인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행운에 전율했다. 

고등학교 시절 주저앉지 않게 손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대목에서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터졌다.

손을 내밀도록 애쓴 것도 아니고 그저 내민 손을 잡아 주었을 뿐인데, 물론 매 순간 진심을 다했지만, 사소할 수 있는 그 순간의 만남이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큰 의미가 있는 획기적인 기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교사로서 매 순간에 진심을 대해야 할 사명감이 급속충전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저 간절함으로 내민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너무도 개인적인 편지이지만...

나의 감동과 감격을 나만의 것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써왔던 블로그 글보다 더 생생하게 마음을 울리는 글이어서...

 

우리는 누군가의 부모로서, 교사로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나도 교사로서 가장 힘들 때 내게 치유의 존재가 되어주었던 그 학생이, 나의 노력이나 애씀으로 교육의 효과를 내가 이뤄낸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마중물 이상의 역할은 아니었고, 학생 스스로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행운을 얻었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역할을 해줄 수 있었음에 대해 이보다 더 행복한 교사로서의 기쁨을 없을 것 같았다.

 

이젠 좋은 어른이 된 그에게 이렇게 답장했다.

 ...

손편지를 써서 사진을 찍어 보내는 창의성에 놀랐고... 꾹꾹 눌러 담은 글을 보고 더 놀라고 감격스러웠어. 그렇게 정말 많이 성장해왔고, 아직도 성장을 이루며 지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 읽는 내내 흐뭇했단다... 


나에게 치유의 시간이 너에게도 소중했던 기억이라고 얘기해 줘서 고맙고. 마중물 같은 존재라는 비유도 블로그 글을 경청하듯 잘 읽어주었다는 생각에 너의 변함없고 한결같은 존중과 배려의 마음에 행복해졌단다. 카페에서의 기억이 여전히 너에게 남아 있다니 신기하기도 했구. 소년 같은 함박웃음이라니 너무 기분 좋은 칭찬 같은 기억이다ㅋㅋ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머님은 그때와 다름없는 한결같은 마음을 내게 전하고 계시단다. 그래서 이제는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으시라는 의미에서 블로그 글을 쓰고 공유했는지도 모른단다. 사실 더 고마운 건 나였을 거라고...


너와 만남 이후 어쩌다 보니 최근 3-4년간 학부모, 학생, 교사들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단다. 삶으로 전하는 행복교육... 그 강연에서도 꾸준히 언급하는 너의 사례는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힐링의 메시지가 되고 있단다. 

그렇게 되기까지 너와의 만남이 내게는 정말 큰 의미였던 것 같아. 

어머님께도 그때 용기를 내주셔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단다.... 


무엇보다 사회 낮은 곳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하려는 너의 마음과 또 실제적인 애씀으로 준비되고 있음이 너무 감동이구나. 타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을 수 있는 것은... 여고시절 너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마음이 더 커지고 더 준비가 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는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회복탄력성으로 대처하고 잘 해결해 가는 모습도 그려진다. 


연락이 닿지 않아도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단다. 이렇게 편지까지 받으니 덤으로 얻은 축복의 선물 같아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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