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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15. 2024

MBTI 중 J와 P의 공존... 존중

우리 가족 중에서 나 혼자만 MBTI "J"다. 

미리 계획하는 것만큼 때이른 걱정도 많다.

큰 딸은 아빠를 닮았으면 시험 전에 이렇게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는 말을 곧잘 했었다.

나는 시험공부도 미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고 여러 번 반복해야 마음이 조금은 놓였고, 과제도 안내받자마자 바로 작성해두어야 마음이 편했는데...

딸들은 미리 스트레스받을 것 뭐 있냐고... 최대한 미뤄두었다가 시험 직전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큰 딸은 시험 직전의 스트레스가 엄청난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그 폭발적인 집중력의 효율성을 즐기는 듯했다. 

난 평생 겪어보지 못한 일이며, 앞으로도 겪을 일이 없을 듯하다.


큰 딸이 재학 중인 성균관대는 졸업요건 중 하나로 삼품제라는 제도를 시행한다.

아래 5개 분야 중 인성분야를 필수로, 나머지 4개 분야 중 2개 분야의 조건을 충족해야 졸업요건을 갖출 수 있다.


이중 글로벌 영역에서 외국어영역은 아래와 같다.

큰딸은 공대라서 토익점수가 인문사회계열 기준 950점보다는 좀 낮은 900점을 넘어야 한다. 절대 만만한 성적이 아니고, 응시 집단의 수준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므로 계획한 시점에 바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할 것을 계속 권했었다.


이번에 딸이 집에 내려와서 삼품제를 이야기하면서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부분을 발견했다.

영어로 하는 수업에서 A등급 이상이 21학점 이상이면 토익이 아니라도 글로벌 인증이 된다는 사실... 딸은 흥분해서는 자신의 성적을 찾아보고 환호했다. 국제어 수업 A 이상인 학점이 22학점이었기 때문이다. 

토익을 대체하려고 계획한 것도 아니고, 학점을 억지로 채우려고 애쓰지도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요건이 충족되어 있었다.


아빠의 토익 준비에 대한 그동안의 잔소리와 스트레스를 무계획으로 한 방에 날려버린 사건이었다.


게다가 AI 인증에서도 비전공자는 9학점의 수업을 들으면 충족되는데... 지난 학기 교양학점의 유일한 선택 가능 과목이 마침 AI 관련 교양이었고, 그 교양 포함 9학점을 넘어섰다는 것을 이번에 또 우연히 발견했다. 


교내 동아리로 축제 참여한 봉사시간이 충분하여 교외활동 봉사시간만 채우면 필수영역인 인성 인증까지 해결되는 거였다.


때로는 이런 무계획이 스트레스 없이 뭔가를 다 성취하기도 한다는 것...

나였다면 미리 계획을 세우고 안될 때를 대비해서 다른 백업 계획을 함께 고민했을 것이다. 그 계획이 내게 가장 적합한 것인지 검증되지 않은 채로 그저 열심으로만 노력하다가, 조금이라도 계획이 어긋나면 또 철저한 계획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뎌가면서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다.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사람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맞기 전까지는."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의 방식이 옳고, 더 효율적인지 함부로 단정할 수 없겠지만...

난 나의 기질이 살아가는데 훨씬 더 나을 것이라고 믿어왔고, 어느 정도는 딸들에게 강요도 해왔는데...

그저 자신의 모습으로 살면서, 조금씩 보완하면 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그 고민의 과정도 미리 계획해서 부질없이 떠안았다는 현타가 왔다. 걱정할 필요 없던 일을 너무도 오래 품고 지냈던 거다.


이번에 딸을 통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살아가는 가능성에 대해 체험하게 된 것 같다. 

나다움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난 또 다른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보았다.


<성균관대 삼품제 안내>

https://ibook.skku.edu/Viewer/2024skku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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