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 이후, 새벽마다 화들짝 놀라며 깨는 게 일상이 되었다. 혹시라도 그새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두려워서 뉴스를 확인한다. 좀비 같은 얼굴로 출퇴근을 반복하며 한주를 보냈다.
계엄이라니, 교과서와 문제집에서 말고는 본 적 없는 단어다. 가깝고도 먼 독재정권 시절을 배우며 난 그때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군인들이 총을 들고 국회 안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내가 살아가는 동안 목격하게 될 줄 몰랐다. 뉴스를 보는 동안 이게 정말 꿈인가 여러 번 생각했다. 엘리베이터가 3000층까지 올라가는 그런 터무니없는 꿈.
계엄 해제가 확실해질 때까지 날을 샜다. 서울에 사는 동생과 친구들을 생각했다. 새벽에 일을 나가는 엄마를, 군부대가 밀집한 이 지역을, 그 안에 살고 있는 내 가족들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생각했다.
나는 내가 태어난 이 나라를 사랑한다. 언제나 변함없다. 담을 넘어 계엄을 저지하는 정치인들과 추운 겨울 새벽에 국회로 몰려든 시민들. 출퇴근을 반복하다가도 주말에는 다 같이 익숙하게 시위에 참여할 줄 아는 많은 사람들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어른들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렇기에 어느 한 미치광이와 그의 눈치를 보는 겁쟁이들이 모두 망치게 놔둘 수 없다. 이 나라는 그들의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이 나라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우리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