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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22. 2022

또 한번 떠나보자


1. 또 한번 계획없이 떠나보기



“대체 넌 얼마나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니?”


“글쎄요. 아마도 매년 나는 이렇게 나가야 할거 같아.”


“지겹지도 않니? 힘들지 않아?”



내가 여행을 가는 목적은 하나다. 사는게 매일 똑같아서 지겨우니까 새로운 삶의 자극을 찾는 방법으로 여행을 택했다. 물론 갔다 오면 피곤한것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서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한번 지나고 말 이야기를 하는게 좋다.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 밤새 술 한잔 기울이면서 "마자. 그땐 이랬지." 라는 겨울밤에 우리의 다소 젊었던 한때를 떠올리면서 대화를 나눌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해마다 여행을 떠나야 직성이 풀리는 나에게 집에 가만히 있는걸 좋아하는 집순이형 엄마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가끔은 방학이니까 집에 가만히 있어 보면 될텐데 돈을 돈대로 쓰면서 에너지는 다 소모하고 마는 여행을 왜 가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나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혼자 가만히 있는게 좋아서 여행을 가는 거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너무 좋다. 여행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은 만났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연락을 한 적은 없었다. 그저 그날 하루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다. 그 여행지에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우리를 아는 그 누구에게도 전해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매력 아닐까?



옆에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왜 굳이 그렇게 멀리까지 가서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아야 하냐고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힘든 이야기보다 기쁜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고 싶은데, 자꾸 힘든 일만 생기다 보면 그것 또한 민폐라는 생각이 나는 들었던 것 같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매일 다르다. 매번 같은 연애를 하지만, 헤어짐에서 오는 아픔도 매번 다르다. 같은 시험을 보고 떨어지더라도 그 좌절감과 상실감의 깊이는 너무 다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여행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떨어져서 힘들다고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고 싶어서, 이번에도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너무 슬프다고, 매번 같은 일을 하는 내가 너무 열정이 없어 보인다고 털어놓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여행을 무작정 떠나는 이유다.



Ep1. 카타르 항공을 타고 영국을 가볼까?



"야! 먹을 것도 많이 준다니까 카타르 항공 타고 가자!"


"하... 내가 지금 기내식에 넘어가는 거니??!"



그렇다.. 나의 두 번째 여행 역시 너무 바빠서 준비할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찾다 보니 카타르 항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늘 루프트한자만 타고 다녀서 중동 항공사는 걱정이 되었다. 이런 나를 앞에 두고 한참 인터넷을 찾아보던 Emily가 카타르 항공을 타라고 하면서 한, 한마디가 먹을걸 많이 준다는거라니..... 내 친구 다웠다.



Emily와의 첫 번째 긴 여행이 다행히 친구 관계를 정리하는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둘이서 1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여행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서로 맞춰 나간 경험이 지난번 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둘 다 삶에 더 이상 지치기 전에 한번 더 떠나보기로 하였다.



 Emily와 나는 둘 다 아주 늦게 석사 과정을 시작하였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는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지금 하는 공부가 나에게 잘 맞는가에 대해 고민을 한참 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과연 교사라는 직업을 가져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늘 그랬듯이 우리의 여행은 따로 또 같이였다. 나는 사실 영국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바로는 '영국'이라고 하면 맛있는 음식이 없는 나라, 날씨가 우중충한 나라, 사람들이 친절하지 않은 나라 정도로 대부분 알고 있지 않을까? 이런 나의 생각은 이번 여행을 통해서 영국은 다시 오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내가 영국을 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해리포터'와 '셜록홈즈'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이 되어서야 완결된 판타지 소설 하나와 밤새 읽으면서 추리를 해서 범인 찾기에 몰두하게 만든 추리소설 때문에 이번 여행지의 메인은 영국으로 결정하였다. 영국은 Emily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했다.



 영국만 가기엔 좀 아쉬우니까 어디를 더 가볼까 고민을 하다가 이전 여행과는 다르게 독일 북부와 체코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독일 북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베를린은 다녀온 사람이 주위에 별로 없었다. 독일 내에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도시라는 소개에 그렇게 나의 여행은 베를린-프라하-런던으로 결정이 되었다. 지난번보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새로운 곳에 간다는 두근거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아무 계획이 없이 떠났다. 카타르 항공은 도하를 경유하기 때문에 새벽에 보통 출발하는 거였는데, 항공권 시간을 제대로 보지 못한 나는 그 다음날 출발로 알고 있다가 동생이 알려줘서야 출발하는 당일 오후에서야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할 정도였다... 부모님조차 내가 공항으로 가고 난 뒤에야 오늘 갔구나라고 하셨다고 하니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시작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계획이 없어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나는 도하 공항에서 내가 그날 묵게 될 숙소를 검색하게 시작하였고, 도하에 도착 해서야 여행을 가고 있구나 라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혼자 살아 남아야 할거 같은 미션을 받은 듯했다. 까짓꺼 뭐 어때! 이 매력 넘치는 여행에서 또 한번의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한 도전은 그렇게 일주일 만에 결정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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