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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반짝 빛나는 Aug 24. 2023

왜, 육아는 힘이 들까?

힘든 영유아기 육아를 지난 후 드는 생각


힘들 때라서 그렇다.


진짜 너무너무 힘들 때라서...


당신 잘못도 아니고

아이 잘못도 아니고

남편 잘못도 아니다.


 모성애가 부족한가?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별 날까?

남편은 왜 육아에 동참하지 못할까?

라는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위 질문들이 다 해결된다 하더라도 

힘든 건, 힘든 거니까.




나는 특히 아들 둘 18개월~25개월쯤

걷다가 막, 뛰기 시작할 때쯤 엄청 힘들었다.

말을 알아듣는 4세 중반쯤 그나마(여전히 힘들다고 어필 중) 괜찮아졌다.

말이 통하지 않고 귀 닫고 입 열고 소리 지르며

걷지 않고 콩콩콩 뛰어다닐 시기.

그 당시 '10년만 젊었더라면...'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이 따라다니기 힘들어 외출도 외식도 하지 않았는데  

부득이 외출 시엔 한 명은 손 잡고 한 명은 유모차에 태워 큰 맘먹고 문밖을 나섰는데,

입 떼는 할머님과 아주머님 잔소리에 짜증이 솟구친 적이 종종 있었다.


'제발 나 좀 우아하게 갈 길 가고 싶으니 애들아 협조해 주렴.
그리고 아주머님 할머님 제게 시비는 금물입니다'

라는 말을 속으로 외치며 묵묵히 앞만 보고 걸다.


아들만 둘이라 어쩌냐, 딸 한 명 더 낳아야 하지 않겠냐,
어머 추운데 새댁, 애 발목 보인다.
어머 더운데 새댁, 애 땀띠 나겠다 좀 벗겨라.
인물이 훤하네, 엄마 닮았네 안 닮았네.... 등
여간 피곤한 외출이 아닐 수 없었다.



그땐 그랬다.

주변에 많은 육아 선배는 시들어가는 모습과 뾰로통하고 날 선 목소리를 듣고

'그때가 좋은 시절이라고 시간 금방 간다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의 하루는 지루하리 만큼 늦게 흘렀고 순식간에 40대가 되었다.


다들 그러고 산다!


이 말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었다.

다들 이렇게 산다는데,

나만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든 건지

엄마로서 패배자가 된 것 같았고 낙오자가 된 것 같았다.


'누구 한번 시비만 걸어봐라.'

늘 쌈닭 모드로 안테나를 곤두 세웠고 전화통을 붙잡고 이곳저곳 신세를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지인들이 내 전화를 안 받기 시작했고

('감정의 쓰레기통'이라는 정의를 한참 뒤 알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어머님, 형님들(남편 누님)에게까지 푸념을 해 댔으니

(정말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맞긴 했는 듯)

그 시절 어머님께서는 나의 불평을 듣는 것이 마음이 너무 괴로우셨다고 훗날 이야기하셨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나만 힘든 시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남편도 무척 힘들고 고단한 시기였다.

우리 부부는

각자의 슬픔을 셀프로 짊어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했다.





나 같은 지난한 시간을 지금도 견디고 있는 주부가 많을 것을 안다.

그때의 나처럼 어린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그 시절이 제일 좋아요. 시간 금방가요. '

라는 말은 절대 하고 싶지도 않고, 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제일 좋지도 않았고 시간은 지루하리만큼 더디게 흘렀다.

매일 좋단다, 내가 신생아 키울 땐 그때가 제일 편하다고,
내가 영유아 키울 때면 그때가 제일 예쁘다고,
애들 크면 더 힘들다고, 사춘기 아들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
내가 사춘기 아들 키울 땐 그때는 자녀 취업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할 테지,
맨날 자기보다 내가 더 좋을 때란다.
자기가 더 힘들단다.
그러는 당신은 아이들 학교 학원 보내놓고 우아하게 브런치 하면서 이야기한다.

*비꼬는 것 아님 주의*


물론 시기마다 각자 고민과 다른 힘듦이 있을 것을 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함께 힘든 시기를 겪는 영유아 엄마들에게

이때는 정말 힘들어요.

이렇게 견디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거예요.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어요.

라는 응원을 주고 싶다.

내게 셋째가 딸이면 또 낳을 거냐는 물음에 남편과 나는 딸이고 뭐고 절대 '놉!!!'을 외친다.

그때를 키우기 힘들어 우리는 딸에 대한 희망 따윈 없다.





길을 걷다가 마트엘 가다가, 영 유아 아이를 데리고 외출 나온 엄마들을 보면 그 시절 내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내 눈에만 그래 보일까? 요즘 엄마들은 그때의 나와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이고 정말 예쁘게 꾸미고 다닌다.)

내 아이를 제대로 마주 보며 키우지 못해서인지

사랑을 마음껏 주지 못한 미련 때문인지

어린아이들을 보면 귀엽고 예뻐서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난다.

내 아이로 키울 때는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던 아이들이 어쩜 그리도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길에서 떼쓰고 마트에서 소리 지르고 우는 모습을 봐도, 귀엽다.(아이들은 웃을 때도 예쁘지만 울 때 정말 귀엽다.)

'그때의 나였다면 엄청나게 부끄럽고 화가 나고 창피했을 텐데...!'

어쩌면 그 시절 떼쓰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던 눈빛도 모두 짜증의 눈초리가 아니라 하나쯤은 지금 내 눈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제는 잘 안다.

그때 동네 할머님, 아주머님도 내게 했던 말과 행동도 절대 악의가 아니셨다는 것을.


당시 내겐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고 그 어느 누구도 내 슬픔을 대신할 수 없었다.

부부가 너무 지칠 만큼 힘들어도 위로도 고통도 셀프였다.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것 또한 나만이 할 수 있기에 그 탈출구는 누구도 아닌 내가 찾아야 했다.


미친 듯이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 그저 버티고 있는 엄마들이

이 글을 우연히 본다면, 그때의 나보다는 마음은 괜찮을 테니 다행이다.

(그때의 나라면 이런 긴 글은 당장 X클릭이다.)


그대 이미 잘하고 있다고

힘이 안 나는데 힘내라는 말보다는

뭔가 힘든 하루를 견딜 수 있는 것을 주변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쇼핑, TV, 유튜브, 산책, 운동, 드라이브...

그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도박, 바람, 마약, 이런 비합법적인 것은 예외)

이때 책을 읽고 글을 쓰라고 한다면, 정말 멱살을 잡힐 수도 있다. 절대 노놉!!

그 당시 남편이 사준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라는 책은 정말 던져 버릴뻔...!!


**물론, 아빠의 육아와 배려가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앗, 조부모님 찬스도 좋다. 대신 훈계는 넣어두세요..**


이 땅의 모든 육아맘(육아 아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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