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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2. 2021

코로나 홀리데이 8


 "그럼 알겠습니다. 메일로 천천히 서면 보고 부탁드립니다."


 교육지원청과의 전화를 끊고 모니터를 또 째려보기 시작했다.


 '뭐부터 해야지..? 지금 해야 할 일이...'


 앞에 놓인 A4용지에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교육청 서면보고

 1학년 10반 명단 정리

 검사 대상 교직원 명단 정리

 1학년 10반 교실 사진 확보

 1학년 10반 좌석 배치도 확보

 모든 자료 보건소로 메일 전송


 소중하긴 하지만 항상 학교에 두고 다니는 USB를 열어봤다. 2021학년도 폴더를 누르고, 감염병 대응 폴더를 누른 다음 1학년 10반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명단을 지웠을 수도 있다. 개인 신상정보가 기록된 파일은 삭제하게 돼 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꼭 점검을 하는 데다가 신상정보가 입력된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하면 경고와 같은 알람이 한 번씩 뜬다. 결국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간 파일은 주기적으로 삭제한다. 왼쪽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찾아봤다.


있다, 있어! 1학년 10반 명단과 교직원 명단이 살아 있었다. 박옥림, 이 돌다리도 두드리고 다니는 이 꼼꼼한 녀석!


 혹시 몰라서 주민등록번호 부분은 삭제한 채 저장해뒀다. 주민등록번호야 나이스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뒷자리 번호는 3******, 4******로 표시되지만 말이다.


 처음 파일을 넘길 때만 해도 보건소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모두 표시한 채 보내주길 원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얘기해서 이 정도로만 보낸다. 다른 구에서는 이 문제로 보건소와 학교가 마찰이 있기도 했었다는데 다음구는 융통성 있게 넘겨줬다. 아마 주민등록번호가 전부 입력이 안 되면 보건소에서 더 번거로워지는 모양이었다.


 어디 보자.... 사진은 없나? 안타깝게도 사진은 없었다. 용량이 커서 따로 저장을  모양이었다. 귀찮지만    올라가서 교실 사진을 찍어야 했다. 커피  모금을 쭈욱 들이키며  자신을 위로한  일어섰다. 가자. 사진이야 찍을  있지..


 아무도 없는   학교는 어릴 적 본 영화 ‘여고괴담 떠올리게 한다. 학교 복도에서 ! ! ! 가까이 다가오는 귀신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그때 기억이 강렬히 남았나 보다. 어두운 학교만큼 겁나는 곳이 없다.


 교실 내부 사진을 찍고 교탁 위에 올려져 있는 좌석 배치도도 찍었다. 좋았어! 미션 하나를 성공했습니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는데 복도에서부터 뛰어오는 소리와 함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학생!!!!!!! 거기 서!!!!!!"


 누군가 나를 학생으로 착각하고 멈춰 세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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