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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1. 2021

코로나 홀리데이 7


 교육지원청 코로나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안 울렸는데 바로 받았다. 이 사람들도 참 고생이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카카오고 보건실입니다. 확진자 한 명 나왔습니다."

 "네, 학생인가요?"

 "네. 나땡땡 학생. 1학년이고요. 증상 있어서 검사받고 결과 나왔습니다."


 실제로 교육청에 보고할 때는 "땡땡"학생이라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실명을 거론하지 않는다. 구두이든 서면이든 보고 시에는 확진자의 실명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 서면 보고 시에는 '김 OO'식으로 적는다.


 교내에 확진자가 몇 명 안 나올 때는 상관없었는데 많아지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확진자가 완치된 다음에도 교육청에서는 학교로 퇴소 여부, 퇴소일, 치료센터명 등을 묻는다. 그때 박땡땡이 누군지, 김땡땡이 누군지 헷갈려서 전화가 길어지기도 한다.

 

 박땡땡이 8월 28일 확진자였나요? 아아아아. 그때는 김땡땡이었군요. 잠시만요. 박땡땡 확진일이 언제였죠? 잠깐 찾아봐야겠어요.


 하나 어쩌겠는가? 학생들과 통화해보면 자기 때문에 친구들이 검사하고 격리해야 해서 미안하다고 죄책감 들어하는데 이름이라도 보호해줘야지.


 교육청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확진자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도록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교내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을 때에는 많은 교사들이 보건실로 전화를 걸어와 그 학생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 학생과 접촉했는지 안 했는지 확인해봐야겠다는 거다. 죄송하지만 학생의 이름은 직접적으로 거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로 알아듣고 전화를 끊는 선생님도 있지만 계속 졸라대는 선생님도 꽤 많았다.


 '어차피 알게 될 텐데 그냥 말해주세요.'

 '죄송하지만 전 원칙을 따라야 하고요. 학생과 접촉 여부는 보건소와 논의해서 그 범위를 파악한 후 통지해드릴 겁니다. 제발 기다려주세요.'


 통화가 길어지면 그릇이 작고 참을성이 없는 나는 성질을 내기도 했다. 이런 전화만 안 받아도 접촉자 명단 확인이 좀 더 빨리 마무리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욱하는 성질을 다스리지 못할 때도 많았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각종 문의를 해오는 상황이었다. 보건소의 요청 사항, 교육청으로의 보고 내용 작성 등 할 일이 쌓여 있는데 끊이지 않고 울리는 전화기에 신경이 곤두서곤 했었다.


 다행히 확진자가 여러 번 발생하고 선생님들이 그 뒤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니 문의 전화는 꽤 줄었다.


 문의 전화만 줄어도 업무가 수월해질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여전히 업무는 많았고 조용한 보건실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 정신없이 일을 해치우고 나면 이 지구에 나만 혼자 남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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