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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Oct 31. 2021

코로나 홀리데이 6


 주춤 뒷걸음질을 쳤다.


 "뭐야? 결국 학교에 온 거야?"


 수상한 아저씨가 양 눈썹을 모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익숙한 목소리와 어딘가 낯익은 얼굴에 놀라 멍하니 아저씨를 바라봤다. 이런, 3학년 부장님이었다. 매일 단정한 머리에 정장 차림으로만 다니시는 분이 작업복 차림에 땀에 젖은 머리를 하고 계시니 정말 다른 사람 같았다.


 3 부장님은 학교 구석에 텃밭을 만들어 학생들과 함께 가꾸고 계신다. 그 실력이 대단해서 상추, 고구마, 수박, 토마토, 가지, 고추 등등 없는 게 없을 정도다. 텃밭을 돌보기 위해 주말에도 학교 출입을 하시는 모양이었다.


“이건 고구마 줄기야! 오늘은 고구마를 좀 수확했지!”


   없는 풀의 정체를 알게 됐다. 3 부장님은 갑자기 인상을 쓰고는 목소리를 높이며 다급히 말했다.


 "나이스에 휴일 근무 얼른 상신해! 나, 교감으로 결재라인 올리면 내가 바로 결재할게."


 3 부장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후 결재 방식이라 인정이 될까요?"

 "안된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든 말해볼게. 주말에도 일한다고 나왔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초과 근무 수당을 받을 생각은 전혀 못 했다. 그때서야 생각해보니 좀 억울했다. 이런 황금연휴에 갑작스럽게 일하게 됐는데 어떤 보상도 없단 말이야? 학교에 나와 있는 동안은 휴일 근무로 인정받는다고 쳐도, 난 학교에서만 일한 게 아닌데. 학교에 나오기 전에도 계속 일을 했고 학교 밖을 나오게 되더라도 끊임없이 보건소와 연락을 주고받고 몇 담임 선생님들의 문의 전화에 답변을 줘야 할 게 분명했다. 거의 하루 종일 쉬지 못하고 일할 텐데 금전적 보상이 전혀 없다.


 코로나 관련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졌다. 이 학교에 보건교사는 단 한 명뿐이고 코로나와 관련되면 대부분의 업무가 내게 주어진다. 평소 업무보다 훨씬 더 강도가 높아졌는데 그에 대한 보상도 없다.

 

 감염병 특별 수당 정도는 신설해야 하는 거 아닌가? 코로나처럼 대유행 감염병이 있어서 보건교사 업무가 과중될 때에는 일시적으로 어느 정도 수당이 주어질 수 있지 않나?


 일하는 걸 좋아하고 한가하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못 견디는 나조차도 코로나라면 지긋지긋해서 도망가고 싶다. 심지어 어떤 보상도 없다는 점이 날 더 도망가고 싶게 만든다. 고되게 일한 날 저녁 느긋하게 따뜻한 치킨 정도 시켜먹는 기쁨 좀 누리고 싶다.


 "그럼 일단 올려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거라도 받아야지. 무슨 열정 페이 같은 경우가 다 있는가.

 

 3 부장님께 인사드리고는 보건실로 갔다. 으. 여길 또 오다니. 책상 앞에 서서 일단 컴퓨터를 켜고 의자를 뒤로 뺐다. 한숨을 쉬며 의자에 털썩 앉아 주변을 돌아보다가 벽에 붙어 있는 종이를 발견했다. '확진자 발생 시 즉시 유선보고. 02) 000-0000.....'


 으악! 교육청 구두보고를 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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