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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08. 2021

황금연휴 2일 차, 보건교사의 하루 1

not today!


 어김없이 일찍 일어났다. 이불을 걷어차고 고양이 사료와 물을 채우고 화장실을 치웠다. 카페가 열릴 시간까지 집에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는 노트북을 켰다. 카페인에 미친 중독자라서 커피를 연신 마셔대면서. 물론 카페에 갈 계획은 여전히 유효했다.


 천천히 키보드를 치며 이거 계속 쓰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안 됐다지만 조회수가 굉장히 적었다. 누가 읽어주지도 않을 글을 허공에 대고 마구 뿌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당분간은 꾸준히 해보자. 글을 써봤던 사람도 아니고 처음부터 잘 되면 말도 안 되겠지. 스스로를 달랬다.


 어제 코로나 업무로 하루를 날린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오늘과 내일! 아직 연휴가 이틀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대체 공휴일을 지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이틀 동안 일단 열심히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슬슬 카페 열릴 시간이 다가왔지만 배가 고파져서 뭐든 먹어야 했다. 냉동실에서 크로와상 생지를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며, 양배추를 씻었다. 물기를 털어내고 깍둑 썰기한 양배추를 볼에 담아 들기름을 한 바퀴 휙 두르고 소금, 후추를 잔뜩 뿌렸다. 들기름 향이 더 강했으면 좋았을 텐데. 카페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시장에 들러 좋은 들기름을 좀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크로와상은 바삭하게 잘 익었다. 따로 버터를 바르지 않아도 고소한 버터 향이 솔솔 올라왔다. 크로와상을 접시에 올려놓고 삶은 계란의 껍질을 까서 옆에 뒀다.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될 터였다. 왠지 구성이 마음에 들어 사진을 찍고는 얼른 앉아 크로와상을 베어 물었다. 바스락.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빵을 입에 물고 오물오물 씹어댔다. 얼른 삼키고 기름을 두른 양배추도 먹고 싶었다. 들기름의 구수한 향에 짭짤한 소금 맛, 달짝지근한 양배추 맛이 어우러지면 환상이다.


 어라?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네. 선생님. 안녕하세요. 다음구 보건소입니다."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어제 확진자 관련 검사는 거의 다 나왔는데 전부 음성입니다."

 "오. 다행이네요."


 그래도 시험기간이라 학생들끼리 마주친 시간이 짧아서 다행이었다. 접촉자 중 한 명이라도 양성 판정됐으면 오늘 전교생과 전 교직원을 검사 보내야 할 뻔했다. 어제 교문에서 갑자기 생각난 USB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 집에 가길 잘했다. 코로나는 다 잊고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주야장천 글이나 써야겠다.


 "근데 이 학생과 별개로요."

 "?"

 "2학년 학생 두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이 경우는 또 생각을 못했다. 보건실 데스크톱에 꽂혀 있을 USB를 떠올려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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