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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옥림 Nov 11. 2021

황금연휴 2일 차, 보건교사의 하루 2


 정신 차리자. 바로 어제 해봤던 일 또 하는 게 어렵겠는가? 정신만 차리면 할 수 있다.

 

 "학생 한 명은 목요일부터 증상이 있었고, 다른 한 명은 금요일부터였어요."

 "그럼 접촉자 분류를 이틀 전부터 하니깐.."

 "네, 백창미 학생은 화요일부터, 부하은 학생은 수요일부터 접촉한 사람들이 검사 대상입니다."

 "..."


 차마 대답이 나오질 않았다. 오늘 또 일을 해야 한다고? 게다가 화요일부터라니. 그 많은 접촉자를 어떻게 추려낸담? 젠장. 식어가는 크로와상을 바라보며 한숨 한 번 쉬었다. 그 소리가 들렸을지 모르겠다. 역학조사관이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검사 대상자 명단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요한 사항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부장님과 교감 선생님께 전화로 보고하고는 전체 메시지를 발송하기 위해 문구를 작성했다.


 '11반, 13반 학생들은 전부 검사를 가도록 하고 교직원 선생님들께서는 해당 학급에 시험 감독에 들어가셨을 경우 검사 대상자입니다.'


 키보드를 치는데 초콜릿 생각이 간절했다. 초콜릿 한 덩어리 혀에 올려놓고 크로와상 베어 문 채 커피 한 모금 마시면 그나마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집에 초콜릿은 없었다. 맛있는 게 집에 있으면 가만 두질 못한다. 바로바로 먹어버려야지. 하여간 나는 기분이 좀만 나쁘면 먹는 거로 풀려고 해서 문제다. 혹시 모르니 냉장고 문을 열었다. 오우! 잊고 있었네, 초콜릿 시럽! 시럽을 얼른 꺼내 크로와상 위에 휙휙 뿌렸다. 초코로라도 나를 위로해야지. 손에 묻어나는 시럽을 티슈에 닦아가며 메시지를 끝까지 작성해냈다.


 그런데 11반, 13반 담임 선생님이 누구더라?


 카카오톡에 있는 코로나 대응 단톡방에서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 기억나는 대로 대답해주시겠지. 질문을 올리자마자 2학년 부장님이 즉시 대답했다. 와, 빠르시네. 아마 확진자 발생 알림 문자를 확인하고는 휴대폰을 붙잡고 계신 모양이었다. 담임 선생님들께 전화 한 번 돌려야 하니 연락처를 검색했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지?


 "여보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고사계 황만용이에요."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지? 선생님은 1학년 담임이다. 문의하실 내용이 없을 텐데?


 "선생님. 그게... 2학년은 선택과목이 많아서요. 합반으로 시험 보기도 했어요. 학생들을 11반, 13반 학생만 보내면 안 될 거예요. 다른 반에도 검사 보낼 애들이 꽤 많을 거예요."


 으악!!!!!! 두 학생의 선택과목을 확인하고, 그 과목을 듣는 학생들 명단을 확보해서 검사 안내를 해야 한다. 일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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